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개막전 라인업에 대해 '베스트'라고 표현했다. 현재 팀에서 나올 수 있는 능력을 최대화한 '주전' 라인업이다.
그런데 다소 '모험'에 가까운 라인업이다. 라인업에 좌타자가 무려 5명, 그런데 1~3번타순과 5,6번 타순에 집중배치돼 있다. 많은 감독들이 상대 투수를 고려해 좌우타자들을 교차로 배치하는 지그재그 라인업을 선호하기도 한다.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KIA와의 개막전에서 상대 선발은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주전 라인업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변화는 없었다.
새로운 1번타자로는 고졸 3년차 2루수 박민우가 발탁됐다. 스피드만은 확실한 카드. 휘문고 재학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고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NC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아직 타격과 수비에서 다소 부족함이 있어 그동안 많은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박민우는 우투좌타다. 여기에 지난해 리드오프로 나서 도루왕을 차지했던 김종호가 2번에 배치되고, FA 이적생 이종욱이 3번으로 갔다. 1~3번 타순에 발 빠른 타자를 집중 배치해 테이블세터진을 강화하는 측면이다.
부동의 4번타자 이호준이 우타자지만, 5번 타순부터는 다시 좌타자다. 외국인타자 테임즈와 나성범이 5,6번에 배치된다. 이들은 이호준과 함께 1~3번타자들이 만든 찬스를 해결해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좌우놀이'에 반기를 드는 사령탑이다. 상대 선발이 좌완이라고 주전 라인업을 바꾸는 일도 없다. 1일 경기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우리 전력의 베스트를 낸다고 생각한 라인업이다. 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싫다. 좌우 관계 없이 주전들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한동안 이 라인업을 고집하겠단 의사를 내비쳤다. 주전들에게 힘을 줘 책임감을 부여하겠단 복안이다. 하지만 좌타자가 즐비한데도 상대 선발에 따라 선수나 타순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좋은 왼손투수를 이겨내야 계속 칠 수 있다. 상대가 좌완투수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겨내야 강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KIA의 로테이션을 감안하면, 2일과 3일 경기에도 왼손투수인 임준섭과 박경태와 상대하게 된다. 4~6일 홈 3연전에서도 넥센의 좌완 밴헤켄, 강윤구, 오재영 등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야구에서 좌타자가 왼손투수에 강하다는 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유형의 투수일 경우, 반대쪽보다 공을 볼 시간이 적다. 날아오는 궤적을 보고 치는 효과가 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왼손이 왼손에게 약하다는 통념을 거부하고 있다. 설사 약하다 하더라도 주전급 선수라면 이겨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민우가 출루율을 좀더 높이면 도루 쪽도 많이 보여줄 것이다. 선구안이 괜찮다. 과감하게 한 번 믿어보겠다"며 "종호와 종욱이까지 1~3번까지 출루율을 높이고, 4번 호준이부터 8번 시헌이까지 타점을 올려줬으면 한다. 생각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웃었다.
이날 NC 좌타자들은 좌완 양현종을 공략하나 싶었지만 득점을 내지 못했다. 1회초 박민우가 중견수 방향으로 3루타를 날렸지만, 김종호 이종욱 이호준이 안타를 날리지 못해 득점에 실패했다. 2회에도 좌타자인 테임즈와 나성범이 연속 안타를 날렸지만, 후속타는 없었다. 4회에도 1사 1루서 나성범이 좌전안타를 날렸지만, 상대 포수의 견제에 1루에서 아웃되고 말았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