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참으로 오랜만에 제대로 구성된 선발진을 과시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마저 호투를 펼쳤다. 앨버스는 2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6이닝 8안타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팀이 10대5로 이겨 데뷔전 승리까지 따냈다. 앨버스는 5회까지 득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다 6회말 타선이 폭발하며 6점을 뽑아준 덕분에 6-3의 리드 상황에서 7회 윤근영으로 교체됐다. 불펜진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는 3일 선발 예정이었던 윤근영을 앨버스에 이어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국내 데뷔전을 치른 앨버스의 선발승을 보장하주겠다는 의미였다.
앨버스는 총 89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57개, 슬라이더 22개, 커브 6개, 체인지업 4개였다. 앨버스는 키 1m85, 몸무게 88㎏의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지만, 직구 구속은 130㎞대에 불과하다. 이날도 직구 최고 구속은 135㎞였고, 126㎞짜리 직구도 던졌다. 한화가 앨버스 영입 당시 소개했던대로 다양한 구종과 안정된 제구력이 돋보였다. 볼넷은 1개밖에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2개를 잡아냈다. 자신의 강점인 '핀포인트' 제구력을 한껏 과시했다.
1회초 1사후 나바로와 박석민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최형우를 135㎞짜리 직구로 땅볼을 유도,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2회에는 1사후 이승엽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으나 박한이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주자까지 횡사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앨버스는 3회에 2실점했다. 김상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2사 1루서 나바로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120㎞짜리 체인지업이 한복판으로 몰린 실투였다. 4회에도 실점을 했다. 최형우와 채태인의 연속 안타로 맞은 1사 2,3루 상황에서 박한이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다시 한 점을 내줬다. 5회에도 선두 김상수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김상수의 도루자 후 정형식과 나바로를 모두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내 안정을 찾았다. 6회에도 선두 박석민에게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를 맞았으나, 최형우와 채태인, 이승엽을 잇달아 범타로 막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지난달 3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는 케일럽 클레이가 5⅔이닝 5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왼손 송창현은 이튿날 롯데전에서 5이닝 3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고, 유창식은 1일 대전 삼성전서 6⅔이닝 4안타 2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이날 앨버스까지 한화 선발투수 4명은 모두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해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던 김 감독은 이틀 연속 팀이 역전패를 당하자 송창현과 유창식을 두고 "선발투수들에게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만큼 선발진의 활약에 만족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화가 제대로 된 선발진을 거느렸던 것은 류현진, 정민철, 세드릭, 문동환 등이 활약했던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한화는 3일 삼성과의 경기에 5선발 후보인 이동걸을 내세운다. 선발진의 호투가 이어지고 있으니 이동걸의 투구 내용에도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