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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한 골'만 터뜨린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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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했다. 원투 패스를 받아 측면을 부순 손흥민은 골키퍼와 골포스트 사이의 좁은 틈을 찔렀다. 27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SGL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분데스리가 27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은 팀 두 번째 골을 성공해 1-3 승리를 이끌었다. 홍정호, 류승우가 벤치에 대기했고, 지동원이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무대. 9경기 연속 무승(1무 8패)에 허덕이던 레버쿠젠을 42일 만에 건져낸 건 다름 아닌 손흥민이었다.

레버쿠젠의 경기력이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다. 경기 시작부터 골키퍼 레노의 불안한 볼처리가 나오자, 골키퍼와 수비진 사이에는 불길함이 엄습했다. 미끄러운 잔디 탓보다는 콜 플레이가 잘 안 돼 기본적인 소통이 어긋난 모습이었다. 상대 움직임에 따라 동료의 빈공간을 커버하는 작업엔 유기성이 떨어졌으며 볼에 근접한 선수가 확실히 처리해내리란 믿음도 없었다. 겨우 걷어낸 뒤 다시 수비하는 그림이 반복됐을 때, 무더기로 쏟아지는 상대의 슈팅 세례를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후반 14분, 마침 베르너에게 헤딩 동점골을 헌납하기도 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강한 기세에 볼이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수비진에서 미드필더 라인까지 가까스로 패스가 전달돼도 그 이후의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라인을 끌어 올렸던 상대의 뒷공간을 직-간접적으로 노리고자 했는데, 길게 때려 넣는 패턴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공격 진영에 충분한 숫자를 두고 경기를 풀어갈 만큼 볼을 점유하지 못했고, 결국엔 패스를 줄 곳이 없어 속공을 지공으로 늦추는 속 터지는 경기를 했다. 손흥민-키슬링-카스트로의 쓰리톱이 중앙으로 바짝 좁혀 뛰는 경우가 많았는데, 볼 투입 자체가 적어 많은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이 와중에 손흥민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전반 11분 키슬링의 골 장면에는 최종 패스가 상대 수비를 맞고 굴절된 행운이 따랐고, 볼을 받은 키슬링이 첫 터치로 슈팅 각도를 완벽히 만든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전 장면에서 '일당 셋'을 감당한 손흥민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 수적 표기로는 '아우크스 수비 5 vs 레버쿠젠 공격 3'. 상대 수비 두 명을 달고 뛰던 손흥민은 드리블 방향을 유지했고, 상대 측면 수비까지 유인해 무려 세 명을 벗겨 냈다. 키슬링과 카스트로 앞엔 상대 수비가 각각 한 명씩만 놓였고, 이마저도 상대의 간격이 벌어져 키슬링이 슈팅할 공간이 생겼다.

이 장면 외에도 상대 수비를 지속적으로 끌어냈다. 측면에서 볼을 지키며 상대 수비를 두세 명씩 불러 모았고, 여유가 생긴 동료에게 볼을 돌렸다. 오프사이드(석연찮은 부분도 있었다)에 몇 차례 걸렸을 만큼 최종 수비라인 뒷공간??으로 뛰어드는 움직임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1-1로 잠잠하던 후반 25분, 브란트와의 원투패스로 측면을 공략한 손흥민은 팀 두 번째 득점을 뽑아낸다. 이후 무리하게 올라온 상대 수비는 그만큼 공간을 내주었고, 후반 28분에는 엠레칸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직접 터뜨린 골뿐 아니라 나머지 두 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플레이. 대한민국 국민의 색안경을 쓰든 벗든, 오늘 새벽 손흥민은 훌륭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