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만났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 2013-2014시즌 V-리그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28일 1차전을 시작으로 5전3선승제로 승부를 결정짓는다. '전통의 라이벌'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상대를 넘어 우승을 차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7연패에 도전한다. 그 어느해보다 힘든 상황에서 시즌을 치렀다. 지난 시즌 우승 멤버중 석진욱과 여오현이 빠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특유의 조직력을 앞세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쓸어담는다면 진정한 챔피언으로 박수 받게 된다. 게다가 모기업이 원하는 '스토리가 있는 챔피언'으로 등극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4년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그동안 암흑기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김호철 감독을 다시 영입했다. 30억원 짜리 전용 훈련장인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를 세워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
이처럼 두 팀은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남겨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양 팀의 '키(Key)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삼성화재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 리베로다. FA 여오현이 현대캐피탈로 떠나면서 또다른 FA 리베로 이강주를 데려왔다. 하지만 이강주는 정규시즌 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국가대표 출신의 리베로지만 삼성화재 조직 배구에 녹아들기엔 실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최고의 리베로'여오현과 비교되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여기에 이강주는 챔프전을 처음 경험한다. 따라서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 많다. 상대는 강한 서브를 넣는 선수가 많다. 따라서 이강주도 잘해야 되겠지만 이강주를 뒷받쳐줘야 할 수비형 레프트 고준용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화재는 걸출한 공격수 레오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레오 역시 안정적인 리시브에 이은 세터 유광우의 정확한 손동작이 이뤄져야만 파워풀한 공격이 가능하다. 조직력과 수비를 앞세운 삼성화재 배구가 힘을 발하기 위해선 고준용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삼성화재가 튼튼한 방패를 앞세운다면 현대캐피탈은 날카로운 창이 필요하다. 바로 문성민이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에게 의존하기엔 불안 요소가 많다. 아가메즈의 기복있는 플레이와 범실 때문이다. 따라서 아가메즈의 공격을 분산시켜줄 또다른 공격수가 필요하다. 문성민은 시즌에 앞서 무릎부상으로 팀 합류가 늦었다. 이 부분이 오히려 약이 됐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코트에 나선 문성민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대한항공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선 공격성공률 80%에 17점을 올렸다. 무엇보다 점프 높이가 전성기 모습이었다. 문성민이 챔프전에서 플레이오프때 컨디션만 유지해 준다면 현대캐피탈의 공격 옵션은 다양해 질 수 있다. 이는 곧 승산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