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야, 수비 똑바로 해!"
25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신한은행이 앞서가던 1쿼터 중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른 뒤 주장이자 팀의 맏언니인 임영희(34)에게 호통을 쳤다. "영희야, 수비 신경 쓰랬잖아!" 감독의 호통이야 경기 중에는 일상다반사. 그러나 위 감독은 이날만큼은 조금 더 많은 의도를 담아 임영희를 혼냈다. 직접적인 원인은 매치업 상대인 김단비에게 너무 쉬운 슛 찬스를 내줬기 때문이다. 김단비는 7분57초 경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해 7-3을 만들더니, 7분7초 경에는 정확한 3점슛을 터트려 10-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그러자 위 감독이 임영희를 혼낸 것이다. 또 다른 의도도 담겨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의 중요성이 큰 만큼 팀의 중심인 임영희를 혼내면 다른 선수들의 집중력도 함께 좋아질 것이라는 의도. 더불어 임영희가 공수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해달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
임영희는 노련했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수비를 더 열심히 하면서 공격에서도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1쿼터 6분17초에 중거리 슛으로 5-10을 만들며 분위기를 달구더니 9-11로 뒤진 3분10초경에는 깨끗한 3점포를 터트려 첫 역전을 만들어냈다.
결국 임영희는 이날 팀내에서 가장 많은 22득점을 기록하며 80대61 대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위 감독도 "베테랑 임영희가 초반에 공격의 물꼬를 잘 터줬다"면서 "경기 초반에 김단비를 놓쳐 일부러 혼을 냈다. 그랬더니 베테랑답게 알아서 잘 해내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갔다"고 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임영희는 "1차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점수차이로 이길 거라고는 생각못했는데, 신한은행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서 쉽게 이긴 것 같다"면서 "감독님에게 혼나는 거야 늘 있는 일이다. 나 역시 초반에 상대 슈터인 김단비를 놓치면 안된다고 봤다. 슈터에게 초반 기세를 살려주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지적받고 나서 더 집중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임영희는 "사실 정규리그 끝나고 엄청난 훈련을 했다. 감독님이 아예 많이 뛰게 될 거라고 선전포고를 하셔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말 훈련량이 많아 힘들었다. 선수들끼리 '빨리 챔프전이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준비를 한 것이 결국 승리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챔프전 1차전 승리팀의 우승확률은 65.2%(23회 중 15회)다. 우리은행은 우승의 6부 능선에 올라선 셈. 임영희는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빨리 우승을 결정 짓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춘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