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마추어 농구판에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들이 판정에 외압이 작용했다며 스스로 밝혔다. 그것도 현 정부가 스포츠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폭탄을 들고 불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가 대한농구협회 전임심판 11명 중 8명이 최근 세종시 문체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찾아 관련 내용이 적힌 진정서(A4 10장 분량)를 제출했다고 26일 확인해줬다.
이번 사건은 보기드문 사례다. 그동안 심판이 부당한 판정 또는 금품수수 등에 대해 스스로 입을 연 적은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진정서에 적힌 부당한 사건은 4~5가지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협회 특정 인사가 지난해 인천전국체전 중에 경기 판정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협회 고위 관계자 A씨가 심판에게 올해 농구대잔치를 김천시에서 개최해야하기 때문에 김천시청이 우승하도록 도와주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농담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하나는 2012년 8월 대통령기 고교대회 때 심판을 본 B심판이 협회 고위 관계자가 나온 특정 고교의 코치로부터 4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하루 뒤 협회 고위 관계자가 B심판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수고비조로 주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판들은 평소 협회 고위 관계자의 눈밖에 난 심판들이 특정 대회에 배정되지 않아 불이익을 받은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월 체력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비전임심판들이 대학농구 경기에 투입되는 불합리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이번 진정서를 접수하고 사건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 농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26일 세종시 문체부에 들어갔다. 문체부는 박근혜 정부가 강력하고 추진하고 있는 스포츠 현장에서의 비리에 대해 철저하게 파헤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내 자체 감사 기관과 대한체육회를 통해 농구협회에 대한 세부 조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철저한 배후를 파고 들어야 농구판에 만연한 심판 문제를 일부라고 개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농구인은 진정서를 제출한 전임심판들 뒤에 배후 세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쪽에서는 C위원장을 유력한 인물로 보고 있다. C위원장은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C위원장은 지난해 전국체전 도중 한 심판을 구타해 지난 2월 자격정지(6개월)를 받았다.
C위원장을 따랐던 전임심판들은 C위원장이 징계를 받는 동안 협회 고위 관계자로부터 간섭의 정도가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아마 농구판에 심판 판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부산경찰청은 2012년 판정 비리와 금품 수수 혐의로 151명을 대거 적발했던 적도 있다. 협회는 심판 개혁을 위해 교육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을 둘러싸고 외부 외압 논란이 터졌다. 그 중심엔 협회 내부 세력 다툼까지 얽혀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