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케어'로 대표되는 미국의 혁신 사례 중 책임진료기구 'ACO'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로운 의료공급체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0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최근 발행된 병원협회지(제348호)에 기고한 '중소병원 경영위기의 본질과 의료전달체계의 혁신'에서 현장 중심의 의료공급체계의 새 틀로 '한국형 ACO모델'을 제안했다.
이왕준 이사장이 제안하는 '한국형 ACO 모델'의 핵심은 '환자가 아파야 돈을 버는' 우리 병원계의 현실을 '환자가 더욱 건강해져야 수입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이 이사장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제시한 미국의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는 PCMH(Patient Centered Medical Home)와 함께 미국 의료시스템 개혁의 대표적 두 가지 콘셉트로, ACO는 1차 진료를 포함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진료기구'이다.
ACO는 대학병원, 병원, 의원, 요양원 등의 기관을 운영 차원에서 한 그룹으로 묶고, 할당된 환자들에게 고난도 수술에서 경증질환 치료, 원격진료까지 가능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는 할당된 환자들에 대한 1인당 연간 급여액수를 정해 그것만 지급한다. 그러면 ACO가 대학병원, 병원, 의원, 요양원의 급여비 분배율을 결정해 나누는 것이다.
미국의 ACO 모델의 핵심 개념은 1차, 2차, 3차 의료가 연계되고 여기에 장기요양서비스와 홈케어까지 통합함으로써 포괄적인 의료(comprehensive care)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또 질 평가에 따른 보상체계와 의료정보기술(HIT,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의 이용 등이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이 구상하는 '한국형 ACO 모델'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지역거점병원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즉 응급의료, 중환자 진료, 만성질환 관리의 중추가 되고 공공의료의 중추적 역할까지 수행하는 '준공공형 지역중추병원(Semi-public regional center hospital)' 개념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준공공형 지역중추병원을 중심으로 단위 지역의 1차 의료기관들과 연계하여 책임의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게 해 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공급자 연합 네트워크에 일종의 변형적인 총액계약(global budget)을 맺을 수 있는데, 이 계약 구도 안에서 의료공급자간에 재분배를 이루고 의료적 역할 분담을 수행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만성질환자들의 관리에 발전된 H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고 환자 정보 공유와 중복 검사 축소 등 연계의료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국적 상황에서 해결해야 하는 다섯가지 핵심 문제들을 꼽았다.
첫째, 행정구역이나 거리적 접근성이 아닌 '지역공동체로서의 생활권'과 '의료공급의 자기완결성'이라는 관점에서 지역특성에 맞는 진료권역 설정을 통해 100만~150만 명 단위 정도의 진료권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치료기능과 만성기 질병의 포괄적 관리기능의 역할 분담이 필수인데, 2차 의료에서도 종합병원의 역할을 세분화하여 규모별, 기능별 틀을 세분화하는 것은 물론, 현행 의료법 상의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등의 분류를 훨씬 더 정교하게 해서 단지 병상 규모뿐만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에 따른 세분화 및 중층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이미 낡은 개념이 된 주치의등록제의 1차 의료개념 대신 연계의료적 관점에서 1차 의료를 재규정해야 한다는 것.
넷째는 장기요양이나 홈케어 영역을 홈케어와 지역사회 관리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요양의 틀을 한국적으로 재설정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
다섯째, 지불방식과 질 평가 방식을 개별단위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 단위의 포괄적인 그룹단위로 변동시키는 것이다, 이 것은 전체적으로 각 권역별 그룹에 대해서는 총액계약제와 같은 형식을 띠면서 주기적 평가에 따른 인세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각 그룹 안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이용해 각 의료기관의 몫에 대한 비율을 정한 뒤 사후적 평가 가감을 통해 전체적 파이를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왕준 이사장은 "정부가 TF팀을 꾸려 중소병원의 기능 재정립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중소병원에 대한 정책적 아젠다는 지난 시절 제기되었던 여러 안건들을 나열하고 있는 것 이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 실패한, 또는 과거에 감히 시도되지도 못했던 철 지난 정책들을 다시 들고 나와 퇴행적 규제를 서로 들먹이는 것은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에너지 낭비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즉, 새로운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미래적 담론을 논의하고, 모델 개발을 연구하고, 시범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합의료, 연계의료, 포괄적 질병관리기능, IT 의료 융합에 의한 파괴적 혁신 모델 도입, 환자의 참여와 선택권 강화를 통한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 창출, 질 평가 및 질 향상과 연계된 새로운 평가제도와 지불제도 등 현안이 되는 모든 아젠다가 하나의 큰 항아리(melting pot)에 담겨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탄생해야 미래적 방향성과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