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128경기의 페넌트레이스에서 4월 한 달간 성적은 그래서 중요하다. 선수층이 얇은 팀일수록 시즌 초반 승수를 쌓아놓아야 나중에 여유가 생긴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24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시즌 목표를 묻는 공식 질문에 "5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5할 승률만 달성한다면 4~5위권 성적이 되기 때문에 지난해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로서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한화는 지난 시즌 개막 13연패를 당하는 등 4월 한 달간 5승1무16패를 기록했다. 시작이 좋지 않으니 5월 넘어서도 자신감이 점점 사라졌고 집중력이 중요한 요소인 승부처에서 힘없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때 한화 선수들은 팀의 부활의 첫 번째 조건을 4월 한달간 성적이라 답했다. 주장인 고동진은 "일단 시작이 좋아야 한다. 4월 한달 동안 어떻게 해서든 5할 승률을 올려야 이후 처지지 않고 다른 팀들과 행보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균도 "4월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관건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시작이 중요한 한화는 투수진이 관건이다. 공격은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어느 시점이든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마운드는 그렇지 않다. 시즌 첫 30경기에서 마운드 전력은 드러난다고 했다. 한화는 선발, 중간, 마무리 가운데 검증이 안된 선발이 가장 불안하다. 외국인 투수 앨버스와 클레이가 시범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였다고 하지만 정규시즌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난해 후반기 신인임에도 불구,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송창현도 2년차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야 한다. 4년차 유창식 역시 단 한 번도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적이 없다. 올시즌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하지만 역시 4월 한달간 성적을 지켜봐야 한다. 5선발로 내정된 윤근영도 프로 10년차지만 풀타임을 던진 경험은 없다.
한화 선발진은 모든 것에 물음표가 달려 있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조짐을 보였다고 쳐도 실전에서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때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상대팀인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이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에 대해 함구해 왔던 터다. 상대팀이 말을 안하는데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한화는 지난해 롯데와의 개막 2연전서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올해도 출발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함께 한다. 두 경기에 나설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06년 당시 한화 김인식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투수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나이 순서대로 선발투수들이 나간다"고 말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당시 한화는 40세의 송진우가 개막전 선발로 나갔고, 이어 김해님(31) 정민철(34) 류현진(19) 문동환(34)의 선발 순서로 시즌 첫 5경기를 치렀다. 2선발이었던 문동환은 개막전서 0-1로 뒤지고 있던 7회 1사후 송진우에 이어 급하게 구원 투수로 투입되는 바람에 선발 순서가 당초 계획과는 달리 5번째 경기로 밀렸다. 그해 약체로 분류됐던 한화는 4월 한 달간 10승9패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등 시즌 내내 기복없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올시즌 시작도 같은 목표다. 5할 승부를 유지하려면 선발투수들이 자신의 순서를 착실히 지켜야 한다. 경험이 적기 때문에 4월 초반이라고 해도 선발투수가 바뀔 수도 있다. 시작부터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