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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의 공격적 글로벌정책, 한국 개막전도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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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프로야구 리그, 미국 메이저리그가 전세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과연 그 여파가 한국에까지 도달할 지 주목된다.

2014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호주 최대의 도시 시드니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신흥 라이벌'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개막 2연전이 22일(이하 한국시각)부터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렸다. 미국에서는 아직 다른 팀들이 시범경기를 펼치고 있는 시기다. 실질적인 개막은 31일이다. 때문에 이번 개막 2연전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준비한 특별 이벤트다. 호주의 메이저리그 팬을 위한 특별 서비스이자, 2000년대 이후 활발해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글로벌 정책의 일환이다.

▶메이저리그 글로벌 정책의 실체

메이저리그는 올해까지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총 7차례 개막전을 열었다. 지난 1999년 4월4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와 샌디에고 파드리스가 개막전을 치른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2000년 3월 29일부터 시카고 컵스와 뉴욕 메츠가 일본에서 개막 2연전을 치렀고, 이듬해인 2001년에는 중미의 푸에르토리코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맞붙었다.

이후 2004년(3월 30~31일 뉴욕 양키스vs 탬파베이 레이스)과 2008년(3월 25~26일 보스턴 레드삭스vs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그리고 2012년(3월 28~29일 시애틀 매리너스vs오클랜드)에 일본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렸다. 그리고 올해 7번째로 호주 시드니에서 해외 개막전이 치러진 것이다.

이처럼 메이저리그가 중미와 아시아에 이어 야구의 인기가 비교적 낮은 남반구 호주에서까지 개막전을 펼친 것은 글로벌 시장 확대 정책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수입원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TV 중계권료다. 케이블 TV와 위성 채널의 확장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경기가 해외에서도 많이 중계되면서 중계권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런 추세를 더욱 심화하기 위해 전세계를 돌며 일종의 '쇼케이스'를 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메이저리그에는 다양한 국적을 지닌 선수가 모여있다. 때문에 해당 선수의 출신 국가에서 경기를 펼치면 시청률 증진에 큰 효과가 있다.

이런 글로벌 정책은 메이저리그 수입에 상당한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는 2013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수익을 80~85억달러로 추산했다. 1995년 14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익이 2000년대 이후 중계권료의 상승덕분에 18년 사이에 무려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1999년부터 빈번하게 해외 개막전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메이저리그 개막전 한국개최, 가능할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아무 나라에서나 개막전을 여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요소가 확실해야 한다. 멕시코나 푸에르토리코는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시차도 덜 나는 나라인데다 해당 지역 출신선수가 많다는 점이 작용했다.

반면 역대 가장 많은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유치한 일본은 시차가 많이나고, 이동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우선 넓은 시장이다. 소득 수준이 높고, TV 채널이 다양해 막대한 중계권료를 챙길 수 있다. 더불어 일본 출신 스타급 메이저리거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있다. 이로 인해 4차례나 개막전을 열 수 있었다.

호주 시드니 역시 마케팅 요소가 확실했다. 거리가 멀고, 야구 전용구장이 변변치 않은데다 시차도 컸지만, 우선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 정확히 100년 전인 1914년 화이트삭스와 뉴욕 자이언츠가 시드니에서 경기를 펼친 지 100주년이 된다는 점도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메이저리그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메이저리그는 시드니에서의 개막전을 위해 크리켓 그라운드를 16일에 걸쳐 야구장으로 개조했다. 단 2경기를 위해 미국 현지에서 200톤에 달하는 야구장 전용 흙을 실어와 깔았다. 그래도 '장사가 된다'는 판단이 있었다. 시드니가 속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는 이번 2연전을 통해 약 1300만달러의 경제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잠재시장 개발에 따른 시청료 증대로 그만큼의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제 남는 궁금증은 과연 한국에서도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를 수 있느냐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한국 시장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요건은 갖춰졌다. 지난해 추신수와 류현진의 맹활약으로 메이저리그 내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이 꽤 커졌다.

또 한국 내에서의 야구 인기가 매우 크다는 것도 유치 가능 요인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의 규모에 비춰보면 아직 한국의 스포츠 시장이 크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때문에 가장 핵심 요소인 중계권료의 증대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메이저리그 한국 개막전' 성사의 관건이다.

게다가 만약 이 시점에 또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그 스타가 탄생한다면, 향후 개막전이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볼티모어의 윤석민이나 시카고의 임창용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도전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에 따라 메이저리그 경기를 국내에서 볼 수 도 있다는 뜻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