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의 페널티킥과 수적 우세에도 승리의 여신은 웃지 않았다. 부산 수문장 이범영의 신들린 선방에 속수무책이었다.
FC서울이 K-리그 첫 승 기회를 다시 허공으로 날렸다. 서울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서울은 1무2패, 부산은 서울 원정 징크스를 깨고 2승1패를 기록했다. 부산이 K-리그 서울 원정에서 승리한 것은 2002년 9월 25일 이후 11년여 만이었다. 17경기 연속 무승(3무14패)의 악몽에서 벗어나며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부산은 서울의 실수를 골로 연결했다. 전반 22분이었다. 고명진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양동현이 해결했다.
서울은 전반 33분 첫 번째 동점 기회를 얻었다. 고요한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하지만 오스마르의 슈팅을 이범영이 막아냈다. 후반 들어서도 파상공세를 펼쳤다. 후반 33분에는 이원영이 박희성을 잡아채며 두 번째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원영은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이번에는 김진규가 키커로 나섰지만 그의 발을 떠난 볼은 다시 이범영에게 걸렸다. 서울은 수적우세에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윤성효 부산 감독(52)과 최용수 FC서울 감독(43)은 못말리는 선후배다. 중·고·대학(동래중→동래고→연세대)의 향수를 공유하고 있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수'야", "행(형)님"이다. 정은 진하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양보는 없다. 칼끝은 무서울 정도로 매섭다.
둘 사이에는 '천적'이라는 다리가 놓여 있다. 2011년 4월 최 감독이 대행으로 서울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후배의 사령탑 대결이 시작됐다. 윤 감독은 당시 수원을 이끌고 있었다. 선배의 벽은 높았다. 수원과 서울 감독으로 정규리그와 FA컵에서 6차례 맞닥뜨렸다. 5승1무, 윤 감독의 압승이었다.
지난해 윤 감독이 부산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탔다. 징크스는 계속됐다. 3월 17일 첫 만남에서 윤 감독이 또 이겼다. 최 감독은 6월 23일 안방에서 긴 후유증에서 탈출했다. 8경기 만에 처음으로 윤 감독을 넘었다. 하지만 8월 FA컵 8강전에서 윤 감독이 다시 후배를 무너뜨렸다. 9월 8일 스플릿 첫 대결에서는 득점없이 비겼고, 11월 24일 지난 시즌 마지막 대결에선 최 감독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러나 전적은 7승2무2패, 윤 감독의 일방독주에 가깝다.
해가 바뀌었다. 2014년 두 사령탑의 첫 대결이었다. 윤 감독은 다시 한번 최 감독의 천적임을 과시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