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을 앞두고 양팀 사령탑의 표정은 상반됐다.
여유가 묻어난 쪽은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었다. 2013~2014시즌 NH농협 V-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한 김호철 감독은 "이기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완벽하게 이겨야 한다. 대충 이겨서는 안된다"며 필승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의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주전 레프트 신영수가 허리 디스크가 심해 1차전부터 전력에서 이탈했다.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김종민 감독이었다. 기존 수비형 레프트 곽승석과 정지석의 역할을 바꿨다. 김종민 감독은 "곽승석에겐 좀 더 공격적으로, 정지석에겐 수비적인 역할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낮아진 높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묘수도 냈다. 삼성화재에서 2대2 맞트레이드로 데려온 장신 센터 전진용(2m3)을 투입했다. 김종민 감독은 "얕은 높이를 보강하기 위해 전지용을 선발 투입해 분위기를 몰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감독의 승부수는 경기 초반 어느 정도 적중하는 듯했다. 정지석의 안정된 수비와 전진용의 높이가 현대캐피탈을 당황케 만들었다. 특히 올시즌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던 김형우는 1세트 블로킹 2개로 대한항공의 높이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대항항공은 고비마다 나온 범실에 무너졌다. 듀스 접전을 펼친 2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팽팽하게 유지한 대한항공은 3세트부터 급격하게 집중력이 흔들렸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경기 초반 아가메즈의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며 불안한 경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자체 범실을 줄이고 레프트 문성민을 적극 활용하는 용병술로 세트스코어 3대1 승리를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2009~2010시즌 이후 네 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게 됐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였다. 김호철 감독은 안주를 경계했다. 그는 "지난 세 시즌 동안 챔프전에 못가봤다. 우승을 못해봤다. 챔프전 진출로 만족감을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부담감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도전이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경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김호철 감독의 말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김호철 감독은 "챔프전에선 현재 시스템을 가지고는 승부하기 힘들 것이다. 뭔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남은 기간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호철 감독은 '공격의 핵' 아가메즈의 변화를 주문했다. 김호철 감독은 "아가메즈는 한 경기를 하고 나면 그 다음 경기는 100%를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챔피언결정전에선 스스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2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인천=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