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녀시대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 벽)이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달 28일 가요 전문가 10명을 긴급 섭외해 소녀시대의 타이틀곡 '미스터미스터(Mr.Mr.)'와 2NE1의 타이틀곡 '컴백홈(Comeback Home)'에 대한 비교 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두 그룹 모두 음원만 공개했을뿐 뮤직비디오나 컴백 무대를 선보이지 않았던만큼, 준비한 것의 절반도 못보여준 상태였다. 따라서 음원만 가지고 비교 평가가 진행됐던 것.
그리고 설문 결과를 발표할 당시 소녀시대와 2NE1이 컴백 활동을 통해 의상이며 안무까지 모두 공개하고 일정시간 활동을 한 뒤 다시 한번 설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첫 설문을 진행한 뒤 3주(27일)가 흐른 18일, 1차 설문에 참여했던 가요 전문가 10명에게 다시 한번 소녀시대와 2NE1에 대한 비교 설문을 진행했다. 가요계를 대표하는 양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가수들 활동을 비교한다는게 민감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어차피 시작된 싸움이었던 만큼 승자와 패자를 확실히 알아보고자 작심하고 설문을 다시 시작했다.
▶소녀시대, 전체 평가서 2NE1에 극적인 역전승
1차 설문 조사에서는 가장 먼저 소녀시대의 '미스터미스터'와 2NE1의 '컴백홈' 중 더 좋은 노래 한 곡을 골라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결과 '컴백홈'이 10명 중 7명의 지지를 받으며 '미스터미스터'에 압승을 거뒀다.
비록 설문을 진행한 시점이 소녀시대가 '미스터미스터'를 공개하고 나흘이 지났고 2NE1은 '컴백홈'을 발표한 직후 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외에서 최고의 걸그룹이라고 자신했던 소녀시대에게는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소녀시대와 2NE1의 타이틀곡 중 어느 곡이 더 성공했나?'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그 결과 소녀시대가 5표를 받았고 2NE1은 1표를 받는데 그쳤다. 그리고 나머지 4표는 두 그룹의 무승부에 표를 던졌다. 무엇보다 1차 설문에서 몰표를 받았던 2NE1이 불과 3주만에 지지세력을 대부분 잃어버린 것.
특히 1차 설문에서 2NE1의 승리를 확신했던 7명 중 무려 3명이 소녀시대의 승리에 표를 던졌고 3명이 무승부로 돌아섰다는 것은 소녀시대의 컴백 활동이 큰 호응을 얻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L이사는 "음원 공개 때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소녀시대의 '미스터미스터'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각종 순위프로그램에서 '미스터미스터'가 1위에 오르며 더욱 대중의 관심이 커진 것 같다"며 "소녀시대의 1등 파급력이 제대로 발휘 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R이사 역시 "눈으로 보여지는 1위라는 타이틀이 많은 작용을 한 것 같다. '미스터미스터'는 처음 들었을때는 와 닿지 않다가 뒤로 갈수록 좋아지는 노래"라고 밝혔다.
실제로 소녀시대는 컴백 이후 Mnet '엠카운트다운' 2주 연속 1위를 비롯해 총 6개의 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2NE1은 지난 16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유일하게 순위프로그램 1위를 기록 중이다.
또 이번 전체 평가에서는 '미스터미스터'와 '컴백홈' 중 어느 노래가 더 귀에 맴도는지도 물었다. 이에 10명의 응답자 중 6명이 '미스터미스터'를 꼽아 확실히 음원 공개 당시와는 달라진 평가를 직감할 수 있었다.
▶'미스터미스터', 안무 완성도-노래 중독성-대중 호응도서 앞서
전체 비교에 이어 항목별 비교를 진행했다. 비교 항목은 전체 활동의 우위를 평가할 수 있도록 안무의 완성도, 의상 콘셉트, 노래의 중독성, 뮤직비디오 선호도 그리고 대중 호응도로 나누어 조사했다. 10명의 전문가에게 '미스터미스터'와 '컴백홈'에 대해 7점 만점으로 5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를 부탁한 것.
앞서 1차 설문에서는 제작자들이 타이틀곡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5개 항목인 대중성, 차별성, 팀과의 어울림, 중독성, 무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누어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2NE1은 대중성과 중독성 그리고 팀과 노래가 어울리는 정도 등 3개 항목에서 소녀시대를 눌렀다. 특히 대중성에 있어서 '컴백홈'은 평균 6.0점을 받아 '미스터미스터'의 4.8점과 무려 1.2점 차이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소녀시대가 컴백 무대를 통해 특유의 칼군무와 세련된 무대 매너를 선보이자 분위기는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미스터미스터'의 안무 완성도는 평균 5.6점을 받아 평균 5.0에 그친 '컴백홈'을 압도했다.
C대표는 "소녀시대는 퍼포먼스 때문에 살아난 것 같다. 특히 지상파 3사와 케이블 방송을 통해 자주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대중의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N 이사는 "소녀시대의 이번 안무는 완성도와 대중성에서 높게 평가 받을 만했다. 반면 2NE1은 노래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안무가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비주얼적인 면에서 승기를 잡은 소녀시대는 노래의 중독성과 대중의 호응도까지 덤으로 얻으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컴백홈', 의상 콘셉트-뮤비 선호도서 우위
설문 응답자 중 4명이 무승부에 표를 던졌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2NE1이 '넘사벽'으로 불리며 걸그룹 대표주자로 공인됐던 소녀시대와의 맞대결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는 싸움을 했다는 것과 함께 소녀시대의 간담을 써늘하게 할 정도로 초반 공격이 막강했다는 사실이다.
설문 결과 만을 놓고 봤을때는 소녀시대의 역전승이지만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부분에서는 2NE1이 한 걸음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동시에 2NE1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입증했다. K대표는 "이번 대결로 2NE1의 사이즈가 한층 커진 것 같다. 대중은 2NE1에게 '음원 올킬'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N이사는 "2NE1은 마니아 팬의 충성도가 높은 팀으로 유명한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팬 층이 확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NE1이 소녀시대와의 평가에서 앞선 항목은 의상 콘셉트와 뮤직비디오 선호도였다.
무대의상에 있어 소녀시대가 깔끔한 정장 스타일로 보이시함을 강조했다면 2NE1은 미래의 여전사 이미지로 강인한 여성상을 그려냈다. 소녀시대의 변신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의상 콘셉트가 아닐 수 없다. 반면 2NE1은 '컴백홈'의 느낌을 의상에서도 제대로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두 그룹 모두 이전 활동에서 처럼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며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 집단과 대중의 평가가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돼 SF영화 콘셉트로 제작된 '컴백홈' 뮤직비디오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18일 오후 2시 현재, 유튜브에서 '미스터미스터'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1204만1722회를 기록 중이고 '컴백홈'은 576만8229회의 조회수를 나타내고 있다. 대중들은 완성도 높은 '컴백홈' 뮤직비디오 보다는 소녀시대 9명의 화려한 안무가 보여지는 '미스터미스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녀시대의 역전승은 매니지먼트의 승리
K-POP 걸그룹을 대표하는 소녀시대와 2NE1의 맞대결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굳이 두 그룹이 맞대결을 해야만 했느냐는 아쉬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서로 최고임을 자부하던 소녀시대와 2NE1이 이번 맞대결을 통해 각자의 상태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설문에 참여한 10명의 가요 전문가들은 이번 맞대결의 결과를 '매니지먼트에서 소녀시대의 승리'라고 요약했다.
C대표는 "소녀시대가 이번 미니앨범을 통해 일정부분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고 멤버들이 나름 최선을 다했다"며 "반면 2NE1은 방송 출연을 자제하는 등 너무 대중을 배제하는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대중과 스킨십이 없으면 결국 팬은 떠난다. 양현석 대표가 너무 소속 가수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N대표 역시 "2NE1은 방송 출연을 많이 안해서 친근감이 떨어졌다. 이제는 신비감이 먹히는 시기는 아닌 거 같다"고 설명했다.
가요 전문가들은 소녀시대와 2NE1 모두 위기에 직면했음도 지적했다.
L대표는 "소녀시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NE1은 매번 같은 콘셉트로 식상한 느낌이다. 두 팀 모두 위기가 다가왔음을 직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K대표는 "소녀시대와 2NE1 모두 반응은 좋았지만 소유&정기고의 '썸'이나 선미의 '보름달' 같이 확 와 닿는 것은 없었다는 점에서 두 그룹의 소속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