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종(31)이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5년 만에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섰다. 골대 뒤 수원팬들은 자신의 이름을 연호했다.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경기 후반 16분 교체로 들어갔다.
감회가 남달랐다. 배기종에게 수원은 '애증'의 이름이었다. 그는 2006년 연습생으로 대전에 입단했다. 그 해 7골을 넣었다 '최신기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7년 수원에서 러브콜을 보냈다. 큰 기회였다. '배신기종'이라는 대전팬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말을 갈아탔다. 수원은 힘든 곳이었다. 배기종의 자리에는 스타들이 넘쳐났다. 김대의 이상호 남궁웅 이현진 등이 버티고 있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시즌동안 52경기에 나와 7골-5도움에 그쳤다. 2010년을 앞두고 제주로 트레이드됐다. 마음이 아팠다.
올시즌을 앞두고 배기종은 5년 만에 수원으로 돌아왔다. 임대였다. 수원은 예전과 달랐다. '기회의 장'이었다. 예전만큼 스타 선수들은 없었다. 염기훈이나 서정진 모두 해볼만한 상대였다. 터키전지훈련에서 몸을 만들었다. 첫 경기는 원소속팀인 제주와의 경기였다. 임대 신분인지라 뛰지 못했다.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교체투입 11분 만인 후반 27분 선제골을 넣었다. 산토스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강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2009년 9월 6일 강원전 이후 5년 만에 수원에서 만들어낸 골이었다. 1-2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다시 기회가 왔다. 뒤로 흐른 볼을 오른발로 때렸다. 골문을 갈랐다. 극적 동점골이었다. 2만여 팬들은 배기종의 이름을 연호했다. 배기종은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경기 후 배기종은 "수원을 떠날 때 마음이 아팠다. 5년만에 돌아왔고 골을 넣어 기쁘다"고 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도 "배기종이 잘해주었다. 측면 공격진에 큰 경쟁이 있을 것이다"고 칭찬했다. 수원=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