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초반 이렇게 잘 나갈 줄 몰랐다.
쾌조의 3연승이다. 울산 현대는 시즌 개막의 문을 승리로 열었다. 지난달 26일 웨스턴 시드니(호주)와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H조 원정 1차전에서 기분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K-리그 클래식 서전도 승리로 장식했다. 8일 '스틸타카' 포항을 꺾었다. 12일에는 ACL 2연승을 질주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를 2대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대기록도 세웠다. '무패 신화'를 달성하며 ACL 정상에 섰던 2012년(9연승)에 이어 2년 뒤 또 다시 밟은 ACL 무대에서 2연승으로 11연승을 작성했다. '유럽 최강'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클럽 대항전 연승 기록을 뛰어넘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최고 기록 보유 팀인 뮌헨의 10연승(2012~2013시즌 8강 1차전부터 2013~2014시즌 조별리그 5차전)을 넘어섰다.
하지만 마냥 미소만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시즌 선보인 '조민국표 철퇴타카'가 여전히 미완성이다. 변화에 따른 시행착오가 그라운드에서 드러나고 있다. 조 감독도 "가와사키전 승리는 운이 좋았다. 비기려는 생각도 했다"고 말할만큼 결승골이 터졌던 후반 40분 전까지 답답한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조 감독은 이미 구축돼 있던 '철퇴축구'에 '티키타카(FC바르셀로나식 공격축구)'를 가미시킨 '철퇴타카'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아직 여물지 않은 숙성도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철퇴타카'는 현재 20~30% 밖에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 감독의 설명이다. 까이끼, 마스다 등 외국인 공격수들의 효과가 미비하고, 그 동안 '철퇴축구'가 몸에 밴 선수들의 습관을 하루 아침에 변화시키는 것에도 위험부담을 느끼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결과로 말하는 곳이 프로 세계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뭉치는 단합력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조 감독의 역할은 '절실함'을 불어넣는 것이다. 축구인생에 밑바닥을 친 선수들을 끌어모은 것도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었다. 이 묘수는 12일 가와사키전에서 제대로 먹혀들었다. 조 감독은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도전을 택했다. 골키퍼 김승규의 잇단 선방이 이어지자 패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과감한 용병술을 펼쳤다. 2011년 인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내셔널리그 한국수력원자력을 거친 유준수를 교체투입했다.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이민균과 최태욱이 더 적절한 자원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 감독은 유준수를 택했다. 처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문했지만, 10분 뒤 공격수로 변신시켰다. 유준수는 조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유준수는 "그 동안 바닥을 쳤다. 다른 선수가 해보지 않은 경험을 했다. 한 골을 넣었다고 해서 올라선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았다.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유준수 뿐만 아니라 울산에는 부활을 노리는 선수들이 많다. 군제대 이후 은퇴설에 휘말렸던 백지훈을 비롯해 일본 J-리그의 쓴맛을 보고 돌아온 정동호 김근환 등이다. 또 신인 이명재와 김용진도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한 절실함으로 훈련하고 있다.
조 감독이 선택한 간절함은 미완성의 '철퇴타카'를 완성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