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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서 화제 모은 '풍자 세리머니' K-리그 개막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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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두 번의 골 세리머니가 큰 화제를 모았다. 사무엘 에토오(첼시)의 '노인 세리머니'와 데이비드 마일러(헐시티)의 '헤딩 세리머니'다.

구설수에 오른 감독들의 말과 행동을 세리머니로 표현한 선수들의 재치에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9일 홈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에토오는 코너 플래그를 지팡이 삼아 허리를 붙잡고 힘겹게 걷는 '노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최근 조제 무리뉴 첼시 감독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에토오의 나이가 32세일지 35세일지는 모른다"며 던진 농담에 대한 에토오의 공식적인(?) 첫 대응이었다. 같은 날 열린 헐시티-선덜랜드의 FA컵 8강에서도 화제의 세리머니가 나왔다. 1-0으로 앞선 후반 27분 헐시티에 두 번째 골을 선사한 마일러도 코너 플래그를 이용했다. 득점에 성공한 뒤 오른쪽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 깃발을 머리를 들이 받는 '헤딩 세리머니'를 했다. 지난 2일 앨런 파듀 뉴캐슬 감독에게 당했던 박치기에 대한 복수다. 마일러는 헐시티-뉴캐슬전에서 사이드라인으로 공을 쫓다 파듀 감독을 밀쳤다. 화가 난 파듀 감독은 마일러를 머리를 들이 받았고 즉각 퇴장당했다. 마일러의 풍자 세리머니를 두고 영국의 BBC스포츠는 '골 세리머니를 예술로 재창조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K-리그 클래식의 개막전에서도 눈에 띄는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화제는 인천의 남준재와 이효균이 펼친 '드로그바 세리머니'였다. 남준재와 이효균은 9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개막전에서 후반 30분과 42분에 잇따라 골을 넣고 무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중계 카메라를 응시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최근 유럽에서 유행 중인 골 세리머니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네이마르가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최초로 선보인데 이어 터키 갈라타사라이 선수들이 집단 세리머니로 발전시키면서 팬들에게 알려졌다. 갈라타사라이의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가 이 세리머니를 주도해 국내에는 '드로그바 세리머니'로 알려져 있다.

인천 선수단은 일찌감치 이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남준재는 "갈라타사라이가 밀고 있는 세리머니다. 첫 골을 넣고 하려는데 동료들이 좀 당황하더라"며 "원정 팬들이 멀리서 오셨으니 세리머니를 맞추자고 경기전에 얘기했다"고 했다. 남준재는 세리머니와 깊은 인연이 있다. 2012년 리그 경기 중 득점에 성공한 뒤, '화살 세리머니'로 큐피트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관중석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향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깜짝 프로포즈까지 성공한 남준재는 지난해 결혼에 골인했다. 그는 "화살 세리머니는 올해도 계속된다"고 예고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부산의 개막전에서도 의미있는 세리머니가 탄생했다. 팀에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정 혁의 '하트 세리머니'였다. 관중석을 향해 하트를 보낸 그는 "둘째 누나가 조카를 낳았다. 병원에 있는 누나와 통화를 했는데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해달라고 했다. 마침 골을 넣게 됐다"면서 "첫째 조카때도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했는데 둘째 조카 때도 골을 넣어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개막전 6경기에서 총 11골(자책골 1골)이 탄생했다. 김신욱(울산)의 '기도 세리머니', 한교원(전북)의 '알통 세리머니'가 개막전에서 팬들과 만났다.

세리머니는 선수와 팬들의 소통 창구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보내는 약속이고, 메시지다. 9개월간 이어질 장기 레이스에서 그라운드를 수 놓을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것도 클래식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