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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그린라이트'를 켜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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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리는 것보다 선수들이 알아서 안 뛰더라."

올 시즌 KIA의 공격 특징은 '스피드'로 압축할 수 있다. 중심 타선의 일발 장타보다 선수들의 기동력을 앞세워 득점 확률을 높이는 형태의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도루왕 출신 FA 이대형의 합류로 인해 기존 김주찬과 초스피드 테이블세터진이 구축된데다 신종길 김민우 안치홍 강한울 그리고 외국인 선수 브렛 필까지 언제든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아직 눈에 띌 만큼의 기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11일까지 KIA의 팀 도루수는 4개. 삼성 넥센 롯데(이상 6개)에 이어 SK와 함께 공동 4위다. 평범한 수준이다. 선수들이 일단 도루 자체를 잘 시도하지 않는다. 이대형과 김민우 박준태 안치홍이 총 6번 시도해 4번 성공했다. 김주찬과 신종길은 아예 시도조차 않했다. KIA의 '스피드'는 허상인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고작 시범경기 3번을 치른 걸로 KIA의 스피드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는 건 무리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웬만해서는 잘 안뛰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이는 3월 초순의 쌀쌀한 날씨와 깊은 관련이 있다. 부상을 유발하기 쉬운 때라 선수들이 자칫 부상이 생길 수 있는 도루 시도를 알아서 자제하고 있어 나타난 현상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12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스스로 도루를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무리한 도루를 하지 말 것을 주문하지만, 그에 앞서 선수들도 일종의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최근 수 년간 KIA는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고전해왔다. 주전들이 해줘야 할 때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면서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선수들 스스로도 이런 점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다. 특히 정규시즌도 아닌 시범경기에 다치면 어마어마한 손해다. 승패의 의미가 크지 않은 시범경기에서 굳이 도루를 하면서까지 허슬플레이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모든 역략을 정규시즌 개막 이후에 쏟아붓겠다는 자세다.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KIA 선수들이 도루를 하는 모습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투수들의 구속도 늘어나듯, 정규시즌이 개막되고 진짜 레이스가 시작되면 KIA의 '그린 라이트'는 환하게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그린 라이트는 시즌 종료 때까지 계속 '스위치 온' 돼 있을 것이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