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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닝 2실점 류현진, 작년보다 전망 밝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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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두번째 시범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구내용을 살펴보면, 컨디션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여유가 느껴진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4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4회까지 투구수는 58개. 신시내티 타선에 4안타 2볼넷을 내줬지만, 삼진 3개를 잡으며 2실점했다.

▶4이닝 2실점,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실점 과정을 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주지 않아도 될 점수였다. 1회말 상대 1번타자 빌리 해밀턴에게 기습번트로 안타를 허용했다. 코스가 워낙 좋았다. 하지만 1루수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해밀턴의 번트에 대비한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다. 빠르게 타구를 잡았으나, 2루수 알렉산더 게레로의 커버가 늦었다.

류현진은 2번타자 브랜든 필립스 상대로 높은 직구를 던지다 우전안타를 맞았다. 필립스는 살짝 높은 코스의 공을 가볍게 툭 밀어쳤다. 감을 잡는 시기인 경기 초반, 필립스의 선택이 탁월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좌타자 조이 보토. 류현진은 바깥쪽 변화구로 1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1루수 곤잘레스의 송구를 받은 유격수 미구엘 로하스의 1루 송구가 좋지 않았다.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류현진의 왼쪽으로 벗어나며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2루주자가 홈을 밟아 첫 실점이 되고 말았다. 유격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무사 1,2루 상황이었기에 자책점이 됐다.

2회에는 류현진이 살짝 흔들렸다. 선두타자 토드 프래지어를 상대로 커브를 던지다 한복판으로 몰리고 말았다. 지난해에도 밋밋한 '행잉 커브'는 상대에게 자주 공략당했던 부분이다. 어김없이 중전안타가 되고 말았다.

이후 침착하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9번타자 후안 듀란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2사 1,2루. 다시 타석에 들어선 해밀턴은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뚝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류현진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간 초구 직구. 해밀턴의 배트가 밀렸지만, 행운의 안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3회와 4회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3회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4회엔 선두타자 프래지어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곧바로 코자트를 병살타로 요리하는 등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좌타자 상대 승부,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1회엔 내야 수비, 2회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날 투구 내용을 보면 류현진의 담대함이 돋보인다.

사실 류현진은 왼손투수지만, 좌타자 상대로 약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7푼을 기록했다. 우타자 상대 2할4푼5리보다 높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탓에 우타자 상대로는 탁월한 모습을 보인다.

이날 역시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은 일품이었다. 상대의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맞아도 배트 중심을 비켜갔다.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나오는 체인지업은 상대의 타이밍을 뺏기엔 최고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체인지업에 비해 다른 변화구는 다소 아쉽다. 좌타자 상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슬라이더나 커브가 문제다. 류현진은 이날 두 구종을 적절하게 테스트하는 모습이었다.

신시내티는 3번과 5번 타순에 좌타자 보토와 제이 브루스를 배치했다. 류현진은 이들과 바깥쪽 승부를 기반으로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바깥쪽 멀리 공을 던지다가도 몸쪽 꽉 찬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노린 것이다.

3회 상대 3,4,5번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낼 때가 돋보였다. 류현진은 보토 상대로 1회와 마찬가지로 바깥쪽 변화구로 승부했다. 타자 먼 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보토는 선 채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브루스 상대 때는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오가며 상대를 농락했다. 볼이 되는 공도 스트라이크존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공 반개~1개 차이로 경계선에 붙었다. 결국 류현진은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선발진 중 가장 빠른 페이스, 호주 개막전 문제 없다

당초 3이닝만 소화할 것으로 보였던 류현진은 4회까지 책임졌다. 이날 투구수는 58개. 1회 12개, 2회 22개, 3회 14개, 4회 10개였다. 지난 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기록한 30개에서 두 배 가까이 투구수를 늘렸다. 2안타 1볼넷을 허용한 2회에만 투구수가 많았을 뿐, 나머지 이닝을 좋았다.

지난해 시범경기와 비교하면 빠른 페이스다. 류현진은 지난해 시범경기 두번째 등판에서 2이닝 동안 47개의 공을 던졌다. 지난해엔 계약 과정에서 시즌 준비를 제대로 못해 다소 페이스가 늦게 올라왔다.

돈 매팅리 감독이 류현진에게 4이닝, 58개를 소화시킨 이유는 하나다. 바로 호주 개막 2연전 때문이다. 다저스는 오는 22일과 23일 호주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른다. 메이저리그의 글로벌 정책으로 인해 시즌 초반 다소 힘겨운 스케줄을 소화하게 됐다.

매팅리 감독은 아직 호주 개막 2연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지난 시즌 무리한 영향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2선발 잭 그레인키는 첫 시범경기 등판에서 종아리 통증을 호소해 피칭 스케줄이 지체됐다. 류현진의 선발 등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평소보다 일주일 가량 빨리 열리는 개막전이지만, 선발투수는 최대한 많은 공을 던져줘야 한다. 매팅리 감독은 90개 정도의 공은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커쇼는 시범경기 두번째 등판에서 2이닝, 50개만을 소화했다. 두 차례 등판 모두 난조를 보였다. 커쇼에 대한 보호 의사도 있기에 현재로선 호주 개막전 등판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면 류현진은 다저스 선발진 중 가장 빨리 60개 가까이 투구수를 끌어올렸다. 류현진의 호주 개막전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