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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100]늑장 준비-불안한 치안, 우려 가득한 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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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전 세계의 눈이 브라질에 쏠려 있다. 축구왕국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4년 월드컵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기대와 동시에 우려와 불안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개막 100일을 앞둔 지금까지도 브라질은 혼돈 그 자체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렸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와 비교해도 불안감의 수치가 높다.

느긋해도 너무 느긋하다. 브라질월드컵 본선 개최도시 12곳 중 아직 3개 도시의 경기장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장 뿐만 아니라 교통과 호텔 등 부대 시설의 공사 역시 지지부진 하다. 사고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4일(이하 한국시각)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루 스타디움의 지붕이 일부 파손됐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불어닥친 폭풍우로 인해 빗물을 모으는 금속 부품 3개가 그라운드로 떨어졌으나,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를 서두르다 발생한 경기장 인부 사망 사건, 화재 등에 이은 또 한 번의 사고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브라질월드컵 개막 D-100일을 맞아 전 세계 언론에 보낸 서한에 '100일 뒤에는 (브라질월드컵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눈 앞에 보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성공 개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치안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낮 길거리 폭행 및 강도, 납치 사건 등이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24일에는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 길거리에서 산토스 팬이 상파울루팬 15명에게 집단구타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파울루의 홈구장인 모룸비 스타디움에서 열린 상파울루-산토스의 주리그 경기를 보고 귀가하던 중 버스 정류장에 서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대중교통시설에서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15세의 산토스 팬이 지하철역에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브라질 축구팬들의 폭력적인 성향은 팀도 가리지 않는다. 지난 1월 30일 브라질의 명문팀 코린치안스가 원정 경기에서 1.5군을 내세운 산토스에 1대5로 대패했다. 라이벌전 대패에 팬들이 격분했다. 다음날, 코린치안스의 팬 100여명이 상파울루시에 위치한 코린치안스 연습 구장의 철조망을 뚫고 난입해 선수들을 위협하고 난동을 부렸다. 이어 코린치안스가 폰테 프레타와 브라간티노에 연달아 패하며 4연패에 빠지자 팬들이 다시 훈련장 앞에 몰려 들었다.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됐고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팬들이 훈련장 앞을 점거한 2월 7일은 브라질 전지훈련 중이던 전북 현대가 코린치안스와 연습경기를 갖기로 한 날이었다. 전북도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폭력사태가 다 끝난 뒤 전북이 연습 구장을 찾았지만 코린치안스 구단 회장과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가 장시간 회의를 하던 중이었다. 브라질 현지 언론과 긴급 기자회견도 가졌다. 결국 전북은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코린치안스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코린치안스 훈련장은 월드컵 기간동안 이란 대표팀의 훈련장으로 사용된다.

대회를 앞두고 물가도 살인적으로 폭등하고 있다. 브라질의 뉴스포털 UOL은 월드컵 본선 기간동안 12개 도시 호텔 숙박비가 평균 10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월드컵 기간 내 국내선 항공료도 최대 10배까지 오를 예정이다. 광활한 대지와 어울리지 않게 좁게 만들어진 도로로 인해 교통 체증도 심각하다. 한국의 아스팔트 도로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브라질에서 고속 주행을 못하는 이유는 교통 체증과 더불어 아스팔트 도로의 움푹 패인 구멍, 즉 '포트홀' 때문이다. 본선 참가 선수단이나 팬 모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소식들이다.

잇따른 치안 불안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브라질 정부가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기간에 17만명의 보안 인력 투입을 예고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군 병력을 월드컵 기간에 동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를 앞둔 브라질에 이제 시간은 100일 밖에 남지 않았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