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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현장에서 확인한 기성용의 컵대회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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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덜랜드가 '컵대회의 사나이' 기성용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했다.

선덜랜드와 맨시티의 리그컵 결승전이 열린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웸블리 파크 스테이션에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바로 길 앞에 기성용과 아담 존슨의 얼굴이 걸린 대형 사진이 등장했다. 팀의 간판 선수들을 활용한 결승전 경기 안내였다. 웸블리 스타디움을 찾은 선덜랜드 팬들은 기성용의 사진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며 리그컵 결승에서의 활약을 기대했다.

기성용은 공식 매치프로그램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선덜랜드는 기성용에 관해 두 면을 통째로 할애했다. 'Ki to Success(성공을 위한 키)'라는 제목을 통해 기성용이 결승전의 핵심 플레이어임을 강조했다. 또 '두 시즌 연속 다른 팀에서 리그컵 결승을 이끈 선수가 누구?'라는 퀴즈로 시작해 기성용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기성용은 매치프로그램에 실린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긴다거나 진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이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선덜랜드는 '기성용이 거스 포옛 감독의 패싱 축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기성용의 활약상과 과거 호주 유학 사례까지 소개했다.

기성용이 리그컵 결승에 나선 선덜랜드의 대표 얼굴로 소개된 이유는 컵대회에서 유독 강했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리그컵 결승에서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며 101년만에 스완지시티에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올시즌 선덜랜드로 임대 이적했지만 컵대회에서의 활약은 이어졌다. 첼시와의 8강전에서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결승골로 작렬시켰다. 맨유와의 4강 2차전에서는 1도움과 함께 승부차기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아무리 8강과 4강에서 강호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어도 맨시티보다 전력에서 몇 수 아래인 선덜랜드는 우승을 위해 기적을 연출해야 했다. 믿을 구석이 필요했다. 기성용이 '믿을 맨'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30분전 기성용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을 채운 선덜랜드 팬들의 환호성이 이어졌다. 기성용은 여유가 넘쳤다. 2년 연속 밟은 웸블리 무대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무덤덤한 표정으로 팀 동료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기적을 연출하지 못했다. 거스 포옛 감독이 '행운의 부적'이라고 칭한 기성용의 2년 연속 리그컵 우승 도전도 무산됐다. 야야 투레에게 1골-1도움을 내준 선덜랜드는 선제골을 넣고도 1대3으로 역전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기성용은 후반 5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맨시티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그러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채 결승 무대를 마쳤다.

9만여석 경기장의 절반을 메운 선덜랜드 원정팬들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기성용도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포옛 감독도 기성용을 끌어 안으며 위로했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은 잊지 않았다. 기성용은 경기장을 돌면서 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맨시티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받기 위해 스타디움 본부석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성용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지난해 환희로 가득찼던 기성용의 리그컵 결승이 아쉬움으로 끝이 났다.

런던=김장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