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프로야구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다나카 마사히로에 열광했다.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27을 올린 다나카는 올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7년간 무려 1억5500만달러를 받는 최정상급 투수로 평가받으며 돈방석에 앉았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맥스 슈어저는 지난해 21승3패, 평균자책점 2.90을 올리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았다. 슈어저는 7월초까지 13승 무패 행진을 달리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최다승 투수는 SK 세든과 삼성 배영수였다. 똑같이 14승을 기록했다.
20승 투수, 그것은 꿈이요 갈망이다. 그리고 그립다. 마지막 20승 투수는 두산 다니엘 리오스로 2007년 22승을 올렸다. 리오스는 그해 현대와의 경기에서 퍼펙트 게임 직전까지 가는 위력을 떨치기도 했다. 류현진(LA 다저스)은 신인이던 2006년 20승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3개 부문을 휩쓸며 단번에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투수의 탄생을 올시즌 볼 수 있을까.
20승이 가능한 투수로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가장 먼저 꼽힌다. 니퍼트는 올해가 국내 무대 4번째 시즌이다. 2011년 15승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승수다. 하지만 타선의 지원만 제대로 받고, 부상없이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20승에 근접할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구위와 제구력, 타자들에 대한 분석 모두 최정상급 수준이다. 국내 타자들도 지난 3년간 그의 특징을 잘 파악했지만, 2m3의 큰 키에서 내려꽂는 공을 받아치기 힘들다는 평가다.
SK 김광현도 20승 후보다. 지난 2008년 16승, 2010년 17승을 거두며 두 차례 다승왕에 오른 경력이 있다. 이후 잔부상 등으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지만, 올시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SK의 에이스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벌써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뿌리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5년만에 1월 불펜피칭을 실시했을 정도로 몸상태가 아주 좋다. 김광현은 늘 다승왕 후보였다. 하지만 '부상만 없다면'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올해는 건강, 해외진출, 우승 도전 등 다시 한번 다승왕에 도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국내 무대에서 6번째 시즌을 맞는 넥센의 브렌든 나이트도 20승을 따낼 수 있는 투수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2년 30경기에 등판해 16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제구력이 흔들려 고전했지만 강력해진 넥센의 타선과 불펜진 전력을 감안하면, 나이트 역시 다승왕을 넘어 20승 고지도 점령할 수 있는 에이스로 여겨진다. 현재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KIA 양현종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후반기 부상 때문에 9승에 그쳤으나, 현재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5일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는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올시즌 부활에 청신호를 켰다. 벌써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진다. 몸상태만 좋다면 20승에 도전할 수 있는 구위를 지녔다는 평가다. 지난 2010년 16승을 올린 경험도 있다.
물론 투수의 승리는 자신의 실력만 가지고 이뤄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팀전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런 점을 떠올리면 한국시리즈 3연패를 이룬 삼성에서 20승 투수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