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먹먹한 가슴을 안고라도 꼭 봐야해(★★★★)
요즘 영화들처럼 큰 액션이 있거나 그럴듯한 반전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뇌리에 스치는 울림은 여느 영화보다 큰 작품이 바로 '우아한 거짓말'이다. 김려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우아한 거짓말'은 아무 말 없이 세상을 떠난 14살 소녀 천지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엄마 현숙(김희애)와 언니 만지(고아성) 그리고 화연(김유정)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영화 속에서 '꼭 울어야해'라고 강요하는 장면은 단 한 신도 없다. 애교많은 둘째딸을 잃은 현숙은 그래도 계속 씩씩하고 유머러스하다. 전 남자친구 만호(성동일)가 집앞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상황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다. "딸 먼저 보내놓고 배고프다고 이렇게 국수를 먹는다"며 눈물을 쏟으면서도 금새 강한 엄마로 돌아와 있다.
동생에게 무심하던 언니 만지는 동생의 행적을 하나하나 쫓으며 천지가 얼마나 가슴 아파 했을지를 절절히 느낀다. 친구 미라(천우희)가 동생 미소(유연미)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저러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대사하나 없이 표정으로 보여준다. 천지의 유언을 보고 만지가 펑펑 울때도 엄마 현숙은 밥을 해먹으려고 쌀을 씻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관객들의 가슴을 친다. 이한 감독은 그들의 가슴이 얼마나 아픈지 대사가 없어도 관객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연출해놨다. 하나하나씩 밝혀지는 비밀들은 큰 반전은 없지만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만지의 꿈은 '저렇게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조용히 미소짓게 만든다.
김희애라는 명배우는 이 영화에서 표정이나 행동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느껴질만큼 흠잡을 곳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명배우가 울먹일 정도로 감동적인 연기를 펼친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의 가능성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