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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중 쓸쓸히 세상 떠난 故김의곤 감독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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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동계올림픽의 뜨거운 열기속에 50대 국가대표팀 감독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김의곤 여자레슬링대표팀 감독은 토요일이던 15일, 태릉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장에 일찌감치 나왔다. 통상 훈련이 없던 토요일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해, 비인기종목 여자레슬링을 지도하는 김 감독은 열심이었다. LA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으로서 자존심을 걸었다. 3월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있었고, 일부 선수들은 국제대회 출국을 준비중이었다. 다같이 선수촌에 남아 훈련을 하기로 했다. 엄하지만 속 따뜻한 스승이었다. 선수들을 딸처럼 스스럼없이 대했다.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오늘 집에 못간다고 하니, 아들이 놀러온다고 했다"며 싱글벙글했다. 그것이 김 감독의 마지막이었다. 훈련이 끝난 후 제자들은 사라져버린 스승을 애타게 찾았다. 휴대폰 전화벨만 하릴없이 울리는 그 자리에 김 감독이 쓰러져 있었다.

18일 레슬링협회장으로 치러진 여의도 가톨릭병원 영결식장은 썰렁했다.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들은 모두 소치올림픽 현장에 있었다. 양재완 사무총장의 모습만 눈에 띄었다. 문화체육부 고위 관계자도 보이지 않았다. 태릉선수촌장으로 재직하며 김 감독의 열정을 아꼈던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장례식 현장을 지키며 눈물을 쏟았다. 유족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를 건넸다.

고인이 한평생을 바친 태릉선수촌 노제 역시 쓸쓸하긴 매한가지였다. 아무리 대한레슬링협회장이라고 하지만, 레슬링협회 관계자들과 선수, 유족뿐이었다. 선수촌 입구엔 그를 추모하는 플래카드 하나 걸리지 않았다. 굳게 걸어잠긴 웨이트트레이닝장 문을 열고 들어간 미망인 양정화씨(52)와 상주인 아들이 김 감독의 영정을 들고 선 채 오열했다. 레슬링장이 있는 필승관 앞에서 제자들이 스승께 마지막 작별인사를 올렸다. 선수들이 두 줄로 늘어선 채 스승의 영정 앞에 큰절을 올렸다. "훈련땐 정말 엄격하셨지만, 평소엔 아빠처럼 따뜻한 분이셨다. 유치한 개그로 긴장도 풀어주셨고…."(강한빛) "정이 정말 많고 섬세한 분이셨다. 늘 밝고 건강하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실 줄은…. 그날 아들이 온다고 정말 좋아하셨었는데…."(장은실) 스승을 추억하던 여자레슬링 대표팀 애제자들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1984년 LA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국가의 명예를 드높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은메달 2개를 따내며 후진 양성에 기여했다. 영정 옆에는 전직 대통령이 하사한 빛바랜 훈장이 덩그러니 놓였다. 평생을 국가에 바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뜨거운 소치동계올림픽 현장과 대조를 이뤄 더욱 아픈 자화상이었다. 체육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체육인 스스로의 노력과 관심이 아쉽다. 문체부, 체육회는 물론 태릉에 남아 있는 타종목 대표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이 김 감독의 마지막을 배웅해줬다면 어땠을까. 그나마 지난해 12월31일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의 발의로 1년4개월만에 극적으로 통과된 '대한민국 체육유공자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법률안)'의 존재는 위안이다. 6개월 후 발의되는 이 법의 소급적용 여부가 관심이다. '국가대표선수 또는 그 국가대표선수를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국제경기대회의 경기, 훈련 또는 이를 위한 지도중에 부상을 입은 사람과 그 가족 및 사망한 사람의 유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대상자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의 취지인 '국가대표 지도자의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에 합당한 예우와 보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