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가 평소에는 말이 없는 편이지만, 아빠한테는 애교있는 딸이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미래' 심석희(17·세화여고)의 아버지 심교광씨는 '스케이트 대디'다. 지금의 심석희를 있게 한 숨은 주인공이었다.
심교광씨는 심석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아버지는 일곱 살 때 강원도 강릉에서 취미로 스케이트를 시작한 심석희가 운동에 재능을 보이자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딸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정성을 쏟았다. 강릉에서 서울, 서울에서도 훈련장과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겨다녔다. '현대판 맹부삼천지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무뚝뚝한 딸의 투정도 모두 받아준 아버지였다. 심교광씨는 "가족이 아니면 투정부릴 사람도 없다. 힘든거 아니깐 이해한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아니면 누구한테 힘들다 말하겠냐"며 반문했다. 심석희도 "힘들 때 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리곤 한다. 이후 죄송하다며 다시 문자를 보내곤 한다"고 했다.
아버지와 딸의 마지막 데이트는 지난달 말이었다. 아이스크림 데이트였다. 역시 평소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딸의 입맛에 맞춰 데이트 장소를 골랐다.
25일 인천공항 귀국장. 심교광씨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1, 은1, 동1을 획득한 딸의 귀국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심교광씨는 "그 동안의 노력이 보답받은것 같아 행복하다"고 밝혔다.
여자 1500m 은메달은 '아쉬움'이었다. 심교광씨는 "주종목인데 은메달에 그쳐 아쉬웠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으니 좋았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3000m 계주에서 보상을 받았다. 특히 심석희는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2위로 처졌지만, '폭풍 스퍼트'로 짜릿한 역전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심교광씨는 "눈물이 나더라. 언니들하고 함께 따냈다. 마음의 부담을 스스로 해결해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이어 "석희가 평소 말이 없는 편이지만, 아빠한테는 애교도 떨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할 일은 끝까지 해내서 때론 모질게 보일 정도로 독했다"고 덧붙였다. 또 "석희가 먹고 싶다고 한 게 몇 가지 있다. 저녁에 해줘야겠다. 감자탕을 원래 좋아한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도 사주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