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센츄리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 붐이다.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등의 자동차 브랜드부터 JTI 카멜 등의 담배 브랜드, 하그로프스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센츄리 브랜드들이 한국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 경영 혁신으로 100년간 미국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아 온 미국 업라이트 진공청소기 판매 1위 브랜드 후버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센츄리 브랜드 러시를 잇고 있다.
후버는 영어 사전에 '진공청소기를 하다'라는 뜻으로 등재될 만큼 미국에서 진공 청소기의 대명사 브랜드다. 명실상부한 '센츄리 브랜드'이다. 후버의 역사는 백화점 관리인으로 일하던 미국의 제임스 머레이 스팽글러가 마른 기침을 해결하기 위해 발명가 기질을 발휘해 낡은 선풍기 모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빈 비누통으로 빨아들인 먼지를 담은 세계 최초의 직립형 진공 청소기를 고안하면서부터 시작 됐다. 이후 스팽글러의 사촌인 수잔 후버가 이 청소기를 마음에 들어, 남편인 윌리엄 후버가 스팽글러의 청소기 제조권을 사들여 본격적인 제조 및 판매를 시작하면서 후버 브랜드가 본격 출범해 오늘에 이르렀다.
후버는 바퀴 자국을 줄여주는 바퀴 디자인(1910년대), 핸들에 2개 스피드를 표시하는 스위치 부착(1930년대), 속도 표시기를 갖춘 최초의 전기 스피드 콘트롤 제조(1980년대) 등 지난 한세기 동안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모든 먼지와 모래알은 남김없이 후버가 가져 갑니다'라는 노래까지 유행시킬 정도로 후버의 천재적인 마케팅 능력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이를 바탕으로 100년 동안 미국 업라이트 청소기 판매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한국 시장에 새롭게 진출해 '합리적 실용주의' 돌풍을 불러일으킬 후버의 특징은 유선 청소기의 강력한 흡입력과 무선 청소기의 편리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 받은 윈드터널 기술(Windtunnel Technology)은 기압차를 이용한 3중 흡입 기술로, 일반적인 방식보다 흡입력이 3배 이상 강하며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설치했다. 손잡이는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옥 소재를 사용했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손목의 부담도 덜어준다. 무선청소기 충전을 3시간 만에 끝낼 수 있고 먼지통과 공기필터가 간편하게 분리돼 물세척이 가능하다는 것도 후버 청소기의 특징이다.
23개의 챔피언십과 33회의 F1 그랑프리 우승 등 수많은 모토스포츠 우승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태리 마세라티는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카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글로벌 센츄리 브랜드'다. 올해 브랜드 창립 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100주년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새 로고를 제작하고 '한 세기의 역사, 마세라티'라는 제목으로 4명의 유명 작가들이 마세라티의 100년 역사를 연대기로 집필한 '100주년 기념 책자'를 발간해 경주용 차량과 승용차 모델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를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개최한다.
지난 2012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스웨덴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하그로프스는 알파인 등반은 물론 트래블, 하이킹, 트레킹, 스노스포츠, 오프로드 등 아웃도어 활동 전 영역에 걸쳐 유럽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브랜드로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최근 니콜라스 와칼로우스키 글로벌 최고 경영자가 방한해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며 100주년 기념 '하그로프스의 제품을 찾는 이벤트 : 응답하라 1914'를 진행하고 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창업자 빅토르 하그로프스는 3끼 식사와 농기구까지 챙기느라 고생하는 아버지를 보고 튼튼한 배낭의 필요성을 느껴 1914년 처음 배낭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2차 세계 대전 당시 스웨덴 군에 납품하면서 북유럽 전역에서 사랑 받는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했다.
JTI 인터내셔널 코리아와 롤스로이스 등은 지난해 말 나란히 100년 역사를 맞이했다.
JTI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담배 브랜드 카멜(Camel) 출시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말 100주년 한정판 컬렉션을 출시했다. 1913년 미국에서 출시된 카멜은 전 세계 110개의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세계 5위 안에 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롤스로이스는 100년 전 자동차 경주 대회 우승을 기념한 '알파인 트라이얼 컬렉션'을 지난해 말 선보이며 '글로벌 센츄리 브랜드'의 위상을 과시했다. 1913년 당시 2900㎞의 산악 코스를 달리며 가장 가혹한 자동차 경주로 꼽히던 오스트리아 알파인 트라이얼에서 우승한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를 기념한 헌정 모델이다. 롤스로이스는 한때 경영난으로 단종됐으나 지난 1998년 BMW그룹에 인수돼 100년 히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