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의 성화가 마침내 꺼졌다. 작별이었다.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했다. 지구촌과 강원도 평창의 동행이 시작됐다.
24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은 열린 폐회식은 소치와 평창이 교차했다. 소치올림픽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동시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문이 열렸다.
1막은 러시아였다. 개회식이 부활을 알리는 대서사시였다면 폐회식은 문화를 담은 예술극장이었다. 음악과 미술, 문학, 발레, 서커스까지 러시아의 예술성이 무대에 올려졌다.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혼을 불어넣었고, 마크 샤갈, 카지미르 말레비치, 바실리 칸딘스키 등 러시아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형상화됐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단인 볼쇼이와 대문호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고골, 푸슈킨, 솔제니친, 톨스토이 등의 사진이 등장했다. 대미는 러시아 근현대 음악의 대표주자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18세기 예카테리나 2세 시절부터 왕궁에서 공연된 전통 서커스가 장식했다.
첫 순서에선 기지도 발휘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개회식에서 커다란 눈 결정 모양의 구조물 다섯 개가 원형으로 펼쳐지면서 모여 오륜 형태를 이루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그 가운데 한 개의 원이 펼쳐지지 않아 빈축을 샀다. '사륜기 해프닝'이었다. 폐회식에서는 오륜기로 재완성됐다. 700명의 무용수가 오륜을 만드는 순서였다. 그러나 개회식을 연상하듯 맨 오른쪽 한 개의 원이 펼쳐지지 않았다. 개회식 실수를 재치있게 재연했다. 곧이어 남은 하나의 원이 완전히 펼쳐지면서 오륜이 완성됐다.
2막은 차기 대회 개최지인 평창이었다. 이석래 평창군수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대회기를 전달받는 순간 2018년 새로운 지평을 여는 나래가 펼쳐졌다.
어린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로 애국를 불렀고, 태극기가 소치에 게양됐다. 평창의 시간이었다. 암흑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내려온 가야금이 첫 선율을 만들어냈다. 성악가 조수미, 재즈가수 나윤선, 가수 이승철이 각각 새로이 해석한 '아리랑' 노랫가락을 얹었다.
한 폭의 수묵 산수화가 펼쳐졌고, 영생의 상징인 두루미를 형상화한 무용수들이 날개를 편 가운데 흰 눈을 듬뿍 맞은 나뭇가지와 어린이들이 만든 눈사람이 무대를 채웠다. 또 평창이 동계스포츠에서 소외된 나라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드림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무대 위에 올라 즐거운 강강술래를 보여줬고, 이어 김연아 이상화 등 한국 선수단도 좌석에서 내려와 한데 어우러져 춤사위를 벌였다. 깜짝 출연으로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평창의 깨어남', '함께 꾸는 평창의 꿈', '새로운 지평으로의 동행'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됐다. 차기 대회 개최지가 평창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소치올림픽에는 역대 최다인 88개국에서 2800여명의 선수가 출전, 98개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놓고 겨뤘다. 한국은 금메달 4개 이상과 3회 연속 톱10 진입을 목표로 했다.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인 71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금3, 은3, 동2, 종합순위 13위에 만족해야 했다.
개최국 러시아가 금13, 은11, 동 9개를 쓸어담아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노르웨이(금11, 은5, 동10), 캐나다(금10, 은10, 동5), 미국(금9, 은7, 동12)이 2~4위를 자리했다. 중국은 12위(금3, 은4, 동2), 일본은 17위(금1, 은4, 동3)에 위치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