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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수장 떠난 KGC 제압하고 2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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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수장이 떠난 KGC의 분위기다.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23일 인천삼산체육관. 이상범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맞은 첫 경기, KGC 선수들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로 경기를 준비했다.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게 된 이동남 감독대행은 "당혹스럽다"는 말로 모든 걸 설명했다. 그는 "코칭스태프는 물론 현장 스태프, 선수들까지 모두 시쳇말로 '멘붕'이었다"며 "감독님께선 아침식사 때 선수들과 만나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날 지 모르는 일이다. 모두들 열심히 운동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전날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고참들이 후배들을 다독여 최대한 평상시와 다름없이 훈련했다. 이 감독대행은 "경기를 앞두고 준비를 안할 수 없어 기존에 하던 몇 가지만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를 추스르는 건 감독대행들에겐 숙명과도 같다.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게 프로다운 일이라고 말해줬다. 경기 전 미팅에서도 감독님과 함께 해왔던 약속적인 플레이 부분만 강조했다"고 말했다.

KGC는 앞선 2경기 모두 연장 접전을 치렀다. 게다가 김태술이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상황. 이 감독대행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친 상태다.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해야 할 것 같다. 발전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날 KGC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1쿼터 시작 3분 가까이 지나서야 박찬희의 자유투로 첫 득점을 올렸다. 그전까진 매 공격마다 턴오버를 범했다.

5분 동안 작전타임을 두 차례나 부른 뒤에야 팀 공격이 살아났다. 리카르도 포웰을 앞세운 전자랜드의 공격이 잠시 주춤한 사이 양희종과 김윤태의 스틸에 이한 연속득점으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종료 직전 포웰의 득점을 허용해 17-20으로 1쿼터를 마쳤다. 포웰은 팀의 20득점 중 15점을 혼자 성공시키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2쿼터 들어 다시 점수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자랜드가 차바위와 김상규의 외곽포와 찰스 로드의 골밑슛으로 공격을 쉽게 풀어가는 사이 KGC는 또다시 턴오버를 남발했다. 점수는 8점차까지 벌어졌다. 전자랜드는 포웰 대신 2쿼터에 나선 로드가 덩크슛 2개 포함 12점을 몰아쳤다.

전자랜드는 전날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경기 전 유도훈 감독은 "작은 목표가 이뤄졌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며 "최대한 높은 순위로 가야 한다. 시즌 전에 목표로 했던 4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경기에선 리바운드나 수비적인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패 기간 조직력이 무너진 부분을 보완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전자랜드는 포웰과 로드를 활용한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데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KGC는 공수 조직력을 다듬기에 좋은 상대였다.

전자랜드는 전날 경기를 치른 피곤함은 보이지 않았다. 포웰과 로드 두 외국인선수의 폭발력이 돋보였고, 차바위의 외곽포도 위력적이었다. 4쿼터에도 점수차를 조금씩 벌렸다. 전의를 상실한 KGC 상대로 공수에서 완벽한 패턴플레이를 선보였다.

전자랜드가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의 홈경기에서 80대69로 승리하며 5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KGC는 이상범 감독의 자진사퇴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2연패에 빠졌다. 포웰이 22득점 8리바운드, 로드가 17득점 7리바운드 7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차바위는 3점슛만 5개를 넣어 15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한편, LG는 창원에서 80대59로 오리온스를 제압하고 지난 2010년(2월 13일~3월 1일) 이후 1455일만에 8연승을 달렸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