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는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22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서 패해 캠프 전적은 4승1무2패가 됐다. 연습경기 승패 자체는 큰 의미가 없지만, 훈련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수 감독의 표정은 무척 밝다. 이 감독은 지난달 15일 오키나와로 2차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80% 정도 전력이 완성됐다"고 했다. 이제 전지훈련 종료를 열흘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 감독의 전력 구상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 감독은 "(1차 전훈지인)플로리다에서 80%를 만들고, 오키나와에서 90%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시범경기에서 100%를 만들면 된다.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다. (전력은)대충 나왔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사실상 주요 포지션 주전들을 모두 정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연습경기 타순과 투수 운영을 들여다보면 이 감독의 말대로 SK의 전체 전력 가운데 80~90% 정도 윤곽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당장 시즌을 시작해도 무리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SK는 지난 겨울 전력 손실이 컸다. 에이스인 크리스 세든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고, 공수의 핵이었던 정근우가 FA로 팀을 떠났다. '차와 포'를 모두 잃은 셈이었다. 그렇다고 타팀 FA를 데려온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연습경기를 통해 드러난 전력은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새로운 얼굴들이 연습경기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우선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이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5차례 연습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 1홈런, 4타점을 기록중이다. 3번 최 정, 4번 스캇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완성됐다. 두 거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 SK에서 10년만에 30홈런 타자가 나올 수도 있다. 스캇의 등장은 기존 타자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의 스캇으로부터 몸관리나 게임에 임하는 마인드 측면에서 도움을 받는다.
신인 투수 박민호도 불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3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2차 3라운드에서 지명된 박민호는 사이드암스로 투수로 140㎞대 중반의 빠른 공과 두둑한 배짱이 강점이다. 이 감독도 박민호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만일 박민호가 1군에 합류한다면 SK 불펜진은 더욱 풍성해진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유니폼을 내야수 신현철도 주전급 유격수로 성장하고 있다. 이날 넥센전까지 7번의 연습경기에 출전해 타율 타율 2할9푼4리를 올렸고, 수비에서는 1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박진만과의 주전 싸움이 더욱 볼만해졌다. 이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를 마친 후 신현철을 야수 부문 MVP로 뽑기도 했다. 그만큼 신뢰감이 깊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감독은 선수들 개인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상승세의 이유로 꼽는다. 이 감독은 "마무리 훈련 때부터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플로리다와 오키나와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고자 하는 의욕, 열정 등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7년만에 포스트시즌서 탈락한 SK 선수들은 지난 5개월간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올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상승세로 비쳐지는 SK 캠프 분위기의 실체는 이런 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