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다."
아사다 마오가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를 극찬했다. 아사다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동갑내기이자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라이벌로 10년간 경쟁해온 김연아에 대한 질문에 "김연아는 대단히 훌륭한 선수다. 주니어 시절부터 계속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런 점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때로는 힘든 점도 많았지만 스케이트 인생에서 하나의 좋은 추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세계 피겨 팬들이 고대했던 10년 라이벌의 마지막 무대는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아사다가 20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심각한 실수를 연발했다. 55.51점으로 16위라는 충격적인 순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보여줬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개인 최고 기록인 142.71점을 수립하며 총점 198.22점,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21일 소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연아 역시 아사다를 떠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아사다를 언급했다. 17년 피겨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너무 오랫동안 비유도 당했고. 경쟁도 했다. 경쟁은 다시는 없을 것 같다. 둘 만큼 꾸준히 비교당하고 같이 경기하고 그런 선수는 없었다. 둘만 계속해서 10년 넘게 라이벌이라는 상황속에 경기를 했다"고 지난 10년을 돌이켰다. 김연아는 "아무래도 비슷한 상황에서 했다. 아사다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고, 나는 한국에서 주목받는 선수였다. 비슷한 것이 많았다"고 했다.
10년 라이벌의 인연은 질겼다. 주니어 시절엔 '트리플 악셀' 등 현란한 기술로 무장한 아사다가 앞섰다. 그러나 천부적 재능과 부단한 노력에 타고난 강심장을 갖춘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서 급부상하며 아사다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팽팽하던 균형은 2010년 밴쿠버올림픽을 분수령으로 김연아의 우위로 돌아섰다.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모두 역대 최고점 기록을 경신했고, 총점 228.56점의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아사다는 205.50점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더 강해지는 멘탈과 흔들림 없는 '교과서 점프'에서 김연아는 아사다를 압도했다. 아사다는 김연아가 자리를 비운 지난 시즌 우승컵을 잇달아 들어올리며, 소치올림픽에서 재기를 꿈꿨다. 그러나 이번에도 '큰무대 징크스'를 떨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지난 10년간 늘 함께 오르던 시상대, 김연아의 마지막 시상대에 아사다는 없었다.
아사다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끝낸 후 눈물을 쏟는 장면에선 김연아 역시 울컥했다고 했다. "그 선수가 연기할 때 난 몸을 풀고 있었다. TV로 봤는데 아사다의 눈물에 나도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또 "아사다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을 할 위치는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그동안 고생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포츠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