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쓸데없는 시선은 오히려 '독'이다.
스승이 제자를 품었고, 그 스승의 결정을 존중해줘야 할 시간이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뜨거운 감자' 박주영(29·왓포드)을 다시 한 번 감싸안았다. 홍 감독은 19일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3월 6일·아테네)에 출전할 24인에 박주영을 포함시켰다. 홍 감독은 "(박주영 발탁은) 기존과 다른 결정이지만, 그리스전이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비난을 감수한 용단이었다. 홍 감독은 '소속팀 출전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을 불러들였다.
박주영의 상황은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아스널 생활을 접고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 임대를 택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한 강한 열망을 담았다. 임대 이후 곧바로 경기에 투입되면서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9일 레스터시티전을 앞두고 예기치 않은 무릎 부상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세 경기 연속 벤치에 머물고 있다. 활약이 미비한 상황이던 탓에 발탁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그러나 홍 감독은 과감했다. 박주영의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어느 선수보다 높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2년 전과 오버랩된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박주영은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은 제자의 병풍을 자처했다. "이런 어려운 자리(병역 연기 해명 기자회견)에 박주영을 혼자 내보내는게 안타까웠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박주영은 자신을 지켜준 스승에게 보답했다.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끌었다.
박주영은 '런던 신화'를 떠올려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90분이다. 홍 감독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팬들이 납득할 만한, 녹슬지 않은 기량도 보여줘야 한다. 일단 홍 감독은 안심하고 있다. 최근 박주영과의 몇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몸 상태가 괜찮다는 소식을 들었다.
홍명보호에 첫 승선할 박주영의 포지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 당시 박주영을 원톱으로 세웠다. 박주영은 홍 감독이 원하는 원톱의 움직임을 가장 잘 수행하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그 동안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에서마다 높은 골결정력과 세밀한 공격 전술의 방점을 찍어냈다.
박주영이 원톱으로 그리스전에서 기량을 점검받을 경우 '진격의 거인' 김신욱(25·울산)과 포지션이 겹친다. 둘의 공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박주영과 김신욱은 2년 전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 함께 선발 출전, 나란히 90분을 소화한 바 있다. 당시 전술 부재로 둘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홍 감독은 특징있는 박주영과 김신욱의 장점을 잘 아는 만큼 조화를 잘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홍 감독은 섣부른 예측을 경계했다. "아직 어느 자리도 정해진게 없다. 베스트11은 6월에 정해질 것이다. 앞으로 많은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