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기댈 언덕은 자신 뿐이었다.
늘 그랬듯 김연아(24)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야했다.
16세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의 출연에 개최국 러시아가 출렁거렸다. 홈텃세는 요란했다. 광적인 응원은 상식을 벗어났다. 그녀가 연기할 때는 당연하다. 하지만 끝나도 응원은 계속됐다. "율리아", "율리아"를 연호하는 환호는 대단했다.
하나가 더 추가됐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테크니컬 패널에 알렉산더 라케르니크(러시아·컨트롤러), 바네사 구스메롤리(프랑스·스페셜리스트), 올가 바라노바(핀란드·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를 임명했다.
피겨는 심판들의 주관적인 관점이 가미될 수밖에 없다. 테크니컬 패널은 점프의 종류와 그에 따른 기초점, 에지(스케이트 날)의 사용, 다른 기술 과제의 레벨(1~4레벨 점수)을 결정한다. 1차적으로 스페셜리스트가 판정을 한다.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충돌할 경우 최종 결정은 컨트롤러의 몫이다. 또 컨트롤러는 수행 기술의 적합성을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스페셜리스트 두 명이 반대하면 컨트롤러의 결정이 채택되지 않지만 권한은 막강하다.
기술점수의 열쇠를 쥔 컨트롤러가 러시아인이다. 리프니츠카야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러시아의 복병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74.64점으로 2위에 올랐다.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소트니코바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펼쳤지만, 너무 많은 가산점을 받았다. 김연아의 가산점이 7.60점인데 비해 소트니코바는 8.66점을 받았다. 그래도 쇼트프로그램의 1위는 김연아였다. 74.92였다.
2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프리스케이팅이 열렸다.
리프니츠카야는 부진했다. 하지만 점수는 예상보다 높았다. 기술점수(TES) 66.28점과 예술점수(PCS) 70.06점에 1.00의 감점을 받았다. 135.34점, 쇼트프로그램(65.23점)과 합계 200.57점을 기록했다.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42.61점을 받아, 합계 216.73점을 기록했다. 그 다음이 소트코바였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무려 149.95점을 획득했다. 심판진들은 3개의 콤비네이션 점프를 제외한 모든 요소에서 1.0점 이상의 GOE이라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또 예술점수(PCS)도 74.41점이었다. 합계 224.59점을 기록, 1위로 올라섰다.
김연아는 한 과제라도 삐긋거리면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었다. 완벽하게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144.15점이었다. 합계 219.11점이었다.
김연아는 허무하게 웃었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