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없어요."
짤막한 말과 희미한 웃음 속에 그늘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이명주(24·포항)의 현주소다. 전남 고흥에서 시즌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인 이명주는 묵묵히 몸을 만들고 있다.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간간이 웃기도 한다. 하지만 말수는 줄어 들었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A대표팀 전지훈련을 갔다온 뒤 되도록 선수단 밖의 일에는 조심스러운 눈치"라고 말했다.
상처가 남아 있다. 이명주는 지난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미국에서 열린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과의 3연전에 모두 출전했다. 하지만 부진한 활약에 그치면서 뭇매를 맞았다. 이명주는 그동안 기성용(선덜랜드) 한국영(가시와)에 이은 'B플랜'의 선두주자로 평가됐다. 하지만 3연전에서는 박종우(광저우 루비)와 이 호(상주)에 비해 저조한 활약에 그쳤다. 2012년 K-리그 신인왕에 이어 지난해에는 포항의 더블(클래식-FA컵 동시 우승)을 견인했던 실력과 차이가 있었다. 휴식기에 진행된 전지훈련에서 100% 기량을 바라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을 피하진 못했다. 일부에선 포항과 홍명보호 내에서의 활약을 비교하면서 '이명주는 대표팀과 맞지 않는다'는 설익은 날을 세웠다. 포항 구단 관계자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전술적 역할은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최근 비난에는) 이 부분이 간과된 면이 있다"며 "대표팀에서 포항 시절 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해 본인 스스로도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여전히 이명주는 브라질행에 근접해 있다. 대표팀 내에서의 1차적 임무는 방어다. 더블 볼란치의 주 역할 중 하나인 수비에 치중하면서 2~3선으로 이어지는 공격의 틈을 노리는 것이다. 폭넓은 활동량과 패스, 골 결정력을 두루 갖춘 이명주는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빛나는 자원이다. 올 시즌 클래식 정상 수성과 아시아 무대 3수에 나서는 포항 전력의 핵심이다. 전지훈련의 부진은 오히려 새 시즌의 각오를 다지는 좋은 약이 됐다.
이명주는 이명주일 뿐이다. 쓸데 없는 이분법적 판단은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다. 올 시즌 활약상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실력으로 가치를 재입증 하기 위해 절치부심 중인 이명주는 독기를 품고 있다. 고흥=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