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얼굴마담'으로 거듭났다.
경기장 곳곳마다 푸틴 대통령의 얼굴이 빠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대표팀이 나서는 주요 경기장 마다 모습을 드러내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에게 일일이 축전을 보내며 노고를 치하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는다. 17일(한국시각)에는 병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소치에서 훈련하다 다쳐 모스크바로 긴급 후송, 수술대에 오른 마리아 코미사로바(23·러시아)를 병문안 하기 위해서였다. 큰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 다치는 선수는 많지만, 국가 정상이 병원을 찾아 직접 위로하는 예는 드물다.
푸틴의 '이미지 정치'가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다. 사실 러시아의 국내 사정은 복잡하다. 독립을 주장하는 자치 공화국 반군들의 테러 위협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사회 불안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1조5000억루블(약 45조원)을 들여 개최한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하다. 테러와 사회 불안이 이번 올림픽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올림픽이 반환점을 돈 현재까지 별다른 이슈 없이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6일 '러시아 내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예찬하는 보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좋은 대회다. 선수들로부터 불만도 들리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러시아가 발전하려고 하면 이를 막으려는 시도(테러-시위)가 나온다"며 남은 대회 기간 성공 개최를 자신했다.
대회가 종반을 향하면서 러시아 내에서의 올림픽 열기는 더욱 뜨거워 질 전망이다. 17일 현재 미국보다 앞선 5위의 성적에 러시아 국민들도 자신감을 얻는 분위기다. 그러나 동계올림픽 성화가 꺼지면 러시아 국민들의 마음에도 다시 찬바람이 불 것 같다. 한 러시아 기자는 "러시아 국내에는 다양한 사회, 경제적 문제가 남아 있다"며 "올림픽에 따른 국민들의 고양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