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다음 차례는 제일 높은 곳일 테니까 더 힘내면 돼.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늘은 우리를 도와줄 거야.'
'쇼트트랙 맏언니' 조해리는 여자 3000m 계주를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박승희가 여자쇼트트랙 500m에서 동메달을, 심석희가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다음 차례는 제일 높은 곳'이었다. 간절한 기도는 통했다. 하늘이 응답했다. 그토록 기다렸던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첫 금메달은 여자 쇼트트랙팀 모두의 것이었다.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이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를 달리던 한국은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저우양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위기에 봉착했다. 해결사는 '최종병기' 심석희였다. 심석희는 반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에서 빛의 속도로 달렸다. 거침없는 역주였다. 500m 금메달리스트 리지안누를 제치고 첫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5분 08초052. 역전우승이었다.
4년전 아팠던 역사는 뒤집혔다. 밴쿠버올림픽 챔피언 중국은 진로방해 반칙으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이 드라마처럼 부활했다. 8년만에 다시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섰다. 4년전 밴쿠버동계올림픽은 악몽이었다. 조해리 박승희 이은별 김민정이 나선 3000m 계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했다. 중국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예기치 못한 악몽에 눈물을 쏟았다. 올림픽 계주 5연패의 역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4년만에 다시 3000m 계주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하며 활짝 웃었다. 그간의 아픔을 치유하는, 값진 금메달이었다. 한국 쇼트트랙이 승리했다.
길이 끝난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됐다. 8년만에 다시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섰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후 8년만에 다시 '3000m 계주'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