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희(26)는 요즘 삼성 썬더스에서 가장 '핫(뜨거운)'한 선수다. 그는 김상식 감독대행이 삼성 지휘봉을 잡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달랐다.
이관희는 김동광 전 삼성 감독 밑에선 백업이었다. 이번 시즌에 출전 시간 20분을 넘긴 경기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김동광 감독이 자진사임한 후에는 첫 경기 LG전을 빼고 7경기 연속 30분 이상 출전하고 있다. 또 7경기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 선수의 활약상이 달라질 수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관희는 김동광 감독 밑에서 기가 죽어 있었다. 김동광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그는 자신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관희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관희는 짜여진 패턴 플레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는 좀더 자유스런 플레이를 하고 싶었다. 짜여진 틀안에서 공식 처럼 움직이는 걸 잘 못했다.
김상식 감독대행은 이관희에게 맘대로 하라고 풀어주었다. 패턴을 기본적으로 하돼 자신이 있고 찬스가 생겼다고 판단될 경우 자신감을 갖고 독자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해줬다.
이관희는 모처럼 물을 만난 고기 처럼 싱싱하게 움직였다. 그는 원래 득점력이 있는 선수다. 연세대 시절 잘 했다.
이관희는 "10분 정도 뛸 때는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0분 이상 뛰니까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삼성 구단은 이관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계획은 이번 2013~2014시즌이 끝나면 이관희를 군입대시킬 예정이었다. 상무 농구단에 지원해 계속 농구를 할 생각이었다. 이관희는 지난 시즌에도 상무 입대를 추진했었다. 그는 상무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에 뭔가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런 절박함 때문에 요즘 매경기를 결승전 처럼 치르고 있다.
그런데 삼성 구단에선 이관희를 올해가 아닌 다음 2014~2015시즌을 마치고 군대에 보내는 걸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관희까지 팀을 떠날 경우 다음 시즌 선수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삼성은 17일 현재 18승29패로 7위다. 7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6위 전자랜드(23승23패)와의 승차가 5.5게임으로 벌어져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물건너갔다.
삼성은 다음 시즌을 위한 리빌딩 구상 중이다. 이관희도 그중 하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