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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감독-함지훈 테이프 논란,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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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제자 함지훈 사이에 있었던 테이프 논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모비스와 유 감독, 그리고 함지훈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본인들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문제의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인격 모독'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비판을 하고 있다.

문제는 1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 모비스전에서 나왔다. 유 감독은 4쿼터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리고 제대로 수비가 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타깃은 함지훈이었다. 유 감독은 함지훈에게 "스위치 디펜스를 제대로 했느냐"고 질책했다. 이후 깜짝 놀랄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유 감독은 트레이너에게 "함지훈 입을 테이프로 막으라"라고 지시했고, 머뭇거리던 함지훈이 결국 입에 테이프를 붙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이XX'라는 욕설도 섞였다. 이를 지켜본 농구팬들은 "아무리 그래도 유 감독이 너무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단 프로선수를, 그리고 30세가 넘은 다 큰 성인의 입에 테이프를 붙이며 '말도 하지 말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준 자체는 분명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유 감독도 이 부분은 인정한다. 유 감독은 "팬들이 보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내 잘못이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격 모독' 논란이 일어날 만큼의 문제인지는 평소 모비스 팀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다. 당사자들이 "단순 해프닝"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당시 상황을 정확히 돌이키면 이렇다. 유 감독이 함지훈에게 스위치 디펜스를 제대로 했나고 물었다. 스위치 디펜스는 대인방어 때 자신의 공격수를 놓치면, 팀 동료와 서로 맡을 선수를 바꿔서 수비하는 전술. 동료간의 의사소통이 필수다. 시끄러운 체육관에서 소리를 쳐가며 적극적으로 토킹을 해야한다. 그런데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의 함지훈은 일상생활에서 뿐 아니라 경기 중 토크에도 굉장히 소극적이라고. 유 감독은 이날도 함지훈에게 "토킹을 했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함지훈이 "안했습니다"라고 답을 했다. 수비의 기본을 항상 잊는 함지훈의 모습에 유 감독은 혀를 찼고, 이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는 생각에 '말도 안하는데 입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의미로 테이프를 사용했다. 함지훈이 붙이는 시늉만 하며 눈치를 보자 더욱 강력한 질책의 의미로 "붙여, 이 XX야"라는 말도 나오게 됐다. 이 기회에 자신이 고쳐야 할 점을 확실하게 깨달으라는 뜻이었다.

중요한 건 이후 당사자들의 반응과 당시 벤치의 분위기다. 함지훈의 반응은 딱 하나다. "너무 부끄럽다"였다. 자신이 잘못해 질책을 받는 장면이 화제가 된 자체가 부끄럽다는 뜻이었다. 물론, 유 감독이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지시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당하다고 느끼지도 않았다.

중계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든, 아니든 할 말은 하고 해야하는 행동을 하는 유 감독이다. 그 순간 함지훈에게 어떻게라도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오히려 '잘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함지훈과 함께 생활하며 내가 혼을 내든, 칭찬을 하든 어떤 말을 해도 내 앞에서 웃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원래 성격이 그렇게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며 "그런데 함지훈이 나를 보고 처음으로 웃어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상을 보면 함지훈이 옅은 미소를 띄며 유 감독의 눈치를 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리고 작전 타임 종료 후 곧바로 테이프를 뗀 후 동료들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또 하나는 동료들의 반응이다. 테이프 논란이 일어나는 순간,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은 웃음을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만약, 이 장면이 정말 심각하게 선수를 질책하는 장면이었다면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도 웃는 반응을 보일 수 없다. 호랑이 유 감독 앞에서 말이다. 그런데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게 이 상황을 지켜본 것은 유 감독이 평소 함지훈을 어떻게 생각하고, 왜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구단 관계자도 "평소 팀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연출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오해를 살 수도 있었던 것 같다"며 난처한 입장을 드러냈다.

유 감독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문제가 되는 장면이라면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