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3회 연속 종합순위 톱10을 노렸던 한국 선수단의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치 입성 전 한국 선수단의 계획은 금메달 4개 수확이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의 이상화, 여자 쇼트트랙 1000m와 1500m의 심석희,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는 가장 확실한 금맥 루트였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의 모태범,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등에서 금메달을 더한다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던 2010년 밴쿠버올림픽(금 6, 은6, 동2)과 비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막상 뚜껑을 열자 금빛 시나리오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상화가 올림픽 2연패를 이룬 것을 제외하고 금메달을 더하지 못하고 있다. '메달 데이'라 했던 15일(한국시각)에도 심석희가 은메달을 더하는데 그쳤다. 주력 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부진이 뼈아프다. 특히 남자 선수들은 금메달은 커녕 노메달에 시달리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대한항공)이 4년 전 은메달을 딴 남자 5000m에서 12위에 그쳤고, 1500m에 세 명이나 출전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의 '디펜딩챔피언' 모태범(대한항공) 등이 줄줄이 메달권 밖으로 밀렸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를 제외하고 5차례 정상을 지킨 남자 쇼트트랙 1000m마저 노메달로 물러났다.
이제 남은 일정 중 한국이 금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여자 쇼트트랙 1000m와 3000m 계주, 대회 2연패를 노리는 김연아 정도다. 세 종목에서 모두 애국가를 울리면 금메달 목표치를 채울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좋지는 않다. 쇼트트랙에서 계속 불운이 따르고 있고, 김연아는 개최국 러시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생겼다. 최상의 시나리오 대로 금메달 4개를 획득한다해도 은, 동메달 수가 적어 톱10 진입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이 따낸 메달은 금1, 은1, 동1이 다다. 메달 가능 후보로 분류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남자 쇼트트랙 500m에서 선전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14위에 머물렀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금2, 은2) 이후 12년 만에 다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