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13 시즌. LG는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며 암흑기를 탈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LG 김기태 감독에게 기쁨보다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당장 다음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듣기를 원치 않는 소리들이 들렸다. 혹시 거만함으로 비춰질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술 한잔도 제대로 하지 못한 김 감독은 혼자 사는 집에서 외롭게 술잔을 기울이며 겨우 스트레스를 풀었다. 김 감독은 주변의 비뚤어진 시선에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시즌 후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이었다. 김 감독은 2013 시즌 종료 후 타격과 투수의 핵심 참모 2명의 보직을 바꿨다. 김무관 타격코치와 차명석 투수코치였다. 각기 사정이 있었다. 김 감독은 LG가 단순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강한 팀이 되려면 2군이 강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 매시즌 유망주들은 많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1군에서 제대로 활약하는 선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특히 야수쪽이 그랬다. 그래서 김 감독은 타격에 있어 선수들을 길러내는데 최고 수준인 김무관 코치가 2군 감독을 맡으며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주길 바랐다. 야구계의 한참 선배인 만큼 감독 경험을 쌓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차명석 코치의 경우 본인이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받은 신장 종양 제거 수술 이후 1년은 푹 쉬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이를 만류했고, 결국 편한 환경에서 선수들을 돌볼 수 있는 잔류군 감독직을 맡겼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핵심 참모진과 김 감독의 불화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수군거렸다. 여기에 1군 서용빈 타격코치마저 갑자기 해외연수를 선언하며 의혹이 증폭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팀이 잘되니 시기의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한동안 이에 관해 잠잠했지만 11일 차명석 잔류군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의 결정으로 또다시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얘기가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사실무근이다. 사실 차 코치의 갑작스러운 사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속사정이 따로 있었다. 차 코치는 지난 1월 말 구단에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아내의 지병으로 인해 가정을 돌보는게 급선무였다. 구단은 "1주일에 1~2번 정도만 출근해도 되니 자리를 지켜달라"라고 만류했다. 하지만 안그래도 배려를 받은 상황에서 자신을 더욱 배려하겠다는 구단의 태도에 차 코치는 미안한 마음이 커질 뿐이었고, 자신이 유니폼을 입고 있는게 팀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결국, 구단도 차 코치의 뜻을 꺾지 못했다.
서용빈 코치의 경우에도 시즌 종료 직전부터 팀 성적에 관계 없이 연수를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다. 서 코치는 실제 기자에게 "미국, 일본 등 여러 경로를 알아보고 있다. 확실하게 결정이 되면 그 때 보도해달라"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일본프로야구 주니치로 연수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김무관 2군 감독도 새롭게 도전하는 감독 자리에서 선수 육성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게 LG 1군 선수단은 새로운 코치진이 중심이 돼 재편됐다. 타격 신경식 김선진, 투수 강상수 박석진 코치가 팀을 이끈다. 큰 폭의 변화지만 꼭 필요한 부분도,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강팀으로 자리잡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보는게 맞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흔들림 없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 김기태 감독의 의도다. 여기에, 늘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조계현 수석코치가 건재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