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에 사상 첫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될까.
13개 남녀 프로구단 사무국장들은 지난해 12월 중순 올스타전 직전 실무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진행된 회의 내용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여자부 외국인선수 선발 제도 개편이었다. 6개 여자 팀 관계자들이 아이디어를 짜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구단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기존 외국인선수제도를 프로농구와 같이 트라이아웃제도로 바꾸자는데 동의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외국인선수제도를 폐지하고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여자 팀이 외국인선수제도에 칼을 대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에 대한 불신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외국인선수의 보수 상한액을 28만달러(약 3억원)로 못박아놓았다. 그러나 정작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은 28만달러를 넘는 경우가 더 많다. 수당 등 뒷돈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은 배구계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 배구 관계자에 따르면 여자부에는 70만~80만불을 받는 외국인도 있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부 여자 팀은 구단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자 구단은 외국인선수를 포함 18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2년 전부터 오른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도 11억원이다.
KOVO 관계자는 10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여자 외국인선수제도 폐지는 반대한다. 올시즌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져 있고, 흥행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외국인선수제도가 폐지되면 배구단의 투자가 줄어들고 하향 평준화가 된다. 그렇게되면 여자 팀이 프로라는 의식이 불투명해진다"고 설명했다.
사실 여자부 외국인선수의 트라이아웃제도는 KOVO에서도 고려중이다. KOVO 관계자는 "국내 구단들의 과다경쟁으로 거품이 끼어 있어 비상식적으로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연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으로 트라이아웃을 고민 중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시즌부터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 아직 검토 단계일 뿐이다. 만약 시행하게 된다면 두 시즌 정도 유예기간을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이 아이디어가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가기 전 KOVO는 시장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KOVO는 미국 대학스포츠(NCAA)에 출전하는 배구 선수들의 저변을 조사할 예정이다. 디비전 1∼3으로 나뉜 NCAA에 출전하는 배구 팀만 450개를 훌쩍 넘는다. 선수만 8500∼9000명에 달한다. 인기도 여자 배구가 남자 배구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대학 여자 농구 선수와 달리 대학 배구 선수들은 프로팀이 없어 아주 우수한 자원만 이탈리아 등 다른 리그에 진출할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졸업 후 운동을 이어가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여자배구는 2018년 프로 출범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대학 선수들의 기량은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흙속의 진주'를 발견해 한국에 데려오면 싼 가격에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배구계의 판단이다. 2009~2010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한 데스티니 후커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한국 무대에서 활약, 미국 대표로도 발탁돼 좋은 선례를 남겼다.
여자부 외국인선발 개편 논의는 오는 20일 다시 열린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