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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앞둔 브라질, '불안한 치안'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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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브라질에서 살면서 납치 1회, 강도 3회나 당했다."

전북 현대의 브라질 전지훈련을 도운 한국인 교민의 아찔한 경험담은 과장이 아니었다. 브라질월드컵을 4개월 여 앞둔 브라질의 치안이 불안하다.

한 달간 이어진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 기간동안 전북 선수단이 불안에 떨었다. 기자가 10일간 머문 브라질 최대의 도시 상파울루로 마찬가지였다.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방인들에게 브라질의 밤은 공포다. 전북 선수들은 일몰이 시작되는 오후 7시 30분 이전에 모든 훈련을 소화하고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해가 지면 더욱 불안해지는 치안 때문이다. 전북 선수단의 숙소였던 상파울루시의 호텔 바로 앞에는 저녁만 되면 노숙자들이 대거 출몰한다. 낮에는 활동(?)을 하다 밤에는 길거리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한다.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면 이들의 범행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호텔 관계자들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밤에는 호텔 주변 주차장 밖에는 아예 나가지를 말라"고 경고를 할 정도다.

총기 사고가 참 흔했다. 기자가 상파울루에 머물던 5일(한국시각) 브라질 현지 뉴스에서는 총격전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경찰과 범죄조직간 총격전으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최소 6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 범죄단체가 경찰을 공격하는 등 강력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월드컵의 해인 2014년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1월에만 브라질에서 75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22건이 많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발생한 강력사건 사망자는 5만10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월드컵 반대 시위까지 더해져 브라질은 연일 사건·사고로 시끄럽다.

전북 선수단도 아찔한 경험을 했다. 2일 베르나르도와의 연습경기를 위해 오전 9시 소집된 선수단은 한시간 가량 호텔 입구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오전 9시까지 전북 선수들을 태우러 오기로 했던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워낙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브라질인들의 습관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브라질 현지인 버스기사가 실종됐다. 브라질 경찰은 이 사건을 납치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전북이 브라질을 떠나기까지 버스기사는 여전히 '실종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흔한 납치 사건이란다. 인질의 몸값이나 훔친 버스를 되팔아 돈을 챙기려는 범죄 단체의 소행이다.

밤에만 치안이 불안한 것은 아니다. 낮에도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브라질 현지 교민의 증언이 있다. "낮에 횡단보도 앞에 바로 차를 세우기 꺼려한다. 횡단보도 앞에 차가 서면 갑자기 다가와 총을 들이대며 돈을 요구한다. 돈을 줘야 살 수 있다. 브라질에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차에 방탄 유리를 설치하는데 소용이 없다. 방탄 유리가 유행한 이후 강도들이 창문에 수류탄을 달고 '핀을 뽑겠다'며 위협을 한다."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과 10월 대통령 선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등을 앞두고 범죄 소탕을 위해 특수부대까지 만드는 등 치안 확보에 고심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

한국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열리는 상파울루의 과룰류스 공항도 월드컵 때문에 몰려들 선수단과 관광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출입국 과정에만 두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공항 내부도 협소해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 경우 '공황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전북 선수들도 출국 과정에서 불편함을 겪었다. 구단 용품을 실은 차의 출입이 제한돼 선수들이 직접 무거운 장비 용품들을 1층에서 2층으로 옮겼다. 30시간이 넘는 귀국길에 앞서 이미 체력을 소진한 선수들을 보며 최강희 전북 감독은 "어떻게 출국장까지 큰 버스가 못들어오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1950년 이후 64년만에 펼쳐지는 월드컵이지만 불안한 치안이 월드컵의 흥행을 막아설 장벽이 되고 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