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26·대한항공)은 '빙속 삼남매'의 한 축이다.
절친인 이승훈이 8일(이하 한국시각)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12위로 좌절하자 그 또한 아쉬움이 진했다. 함께 소리를 지르며 회한을 날려버렸다. 그러나 그도 4년 전의 환희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 모태범(25·대한항공)이 1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1·2차레이스 합계, 69초68을 기록했다. 4위에 그쳤다. 네덜란드 천하에 또 무너졌다.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 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또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모태범은 1차 레이스에서 34.84를 기록, 4위로 마쳤다. 1위는 34초59의 얀 스메켄스(네덜란드)였다. 불과 0.25초였다. 미셸 뮬더(네덜란드)가 34초63으로 2위, 나가시마 케이치로가 34초79(일본)로 3위에 올랐다. 스타트는 좋았다. 100m 랩타임은 9초68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중반 이후 역주를 펼쳤다. 코너워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후반 직선 주로에서 가속도를 붙이며 34초8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6조에서 호주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넘어지며 경기가 지연된 탓에 완벽한 레이스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2차 레이스에서 모태범의 상대는 미셸 뮬더였다. 뮬더는 모태범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혀왔다. 하지만 34초85을 기록, 34.67의 뮬더에 밀렸다.
기대가 컸다. 그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선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선 은메달을 차지했다. 4년이 흐른 소치동계올림픽, 모태범은 "500m보다 1000m가 더 욕심난다"고 했다. 하지만 500m도 정상급이었다. 지난해 3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500m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것을 비롯해 올시즌 월드컵 1~4차 대회 8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527점의 포인트를 쌓아 당당히 500m 부문 선두다. 1000m 준비를 통해 향상된 지구력이 500m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고 있는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도 절정의 컨디션이라고 했다. 그는 결전을 앞두고 "모태범은 완벽하게 준비를 마쳤다. 그는 세계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레이스에 대한 통제 능력도 뛰어나다"고 했다. 하지만 찰나의 실수로도 메달 색이 바뀐다. 1000분의 1초차로 희비가 엇갈리는 종목이 스피드스케이팅 500m다. 500m 디펜딩챔피언은 노메달에 아파했다.
미셸 뮬더가 69초31로 금메달, 스메켄스와 로나들 뮬더가 69초32, 69초46으로 각각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모태범은 12일 시작되는 1000m에서 메달에 다시 도전한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