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는 국가경쟁력과 국민생활 편의를 드높이기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지난 7년여간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됐다.
100년간 지속된 지번주소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21세기 물류·정보화 시대에 맞춰 선진국형 표준을 정착하자는 게 주요 취지다.
도로명 주소의 본격 시행 초반에 일부 혼선이 일기는 했지만 서서히 정착되는 단계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도로명 주소 보급을 위해 각종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올해 국가적인 주요 과업이자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공서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들은 도로명 주소 시스템 구축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를 자주 대면하는 유통 기업에게는 도로명 주소가 중대한 고객 서비스나 다름없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체가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가 하면 도로명 주소에 적응 중인 소비자의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스포츠조선 소비자인사이트가 국내의 주요 오픈마켓과 대기업 유통점들의 도로명 주소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GSi슈퍼가 낙제점이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은 최근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의 두려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지역 곳곳에 포진한 매장을 기점으로 오픈마켓보다 신속한 배송 서비스까지 도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주문을 할 때 정확한 배송지 정보는 필수적이다. 조사 결과 대표적인 오픈마켓인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은 배송지 입력 시스템이 도로명 주소 정책에 맞게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
보통 배송지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주소·우편번호 검색을 클릭하면 팝업으로 주소 검색창이 뜬다. 이들 업체의 검색툴은 잘 구비된 까닭에 옛 동이름 주소나 도로명 주소 가운데 편리하게 선택해 검색하도록 했다. 일부 업체는 굳이 도로명 검색어를 치지 않고도 광역시·도-구-도로명을 차례로 클릭해 주소를 입력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소비자에 대한 배려와 성의가 묻어난 것이다.
대기업 유통업체 중에서도 이마트와 홈플러스, 킴스클럽은 오픈마켓과 마찬가지로 양호했다. 홈플러스는 가장 편리한 이마트와 달리 비회원 구매시 아이핀 인증을 먼저 거쳐야 한다.
아이핀 등록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공인인증서, 신용카드 등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하지만 도로명 검색은 원활했다. 킴스클럽은 온라인 주문시 회원 가입을 필수로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도로명 검색툴은 훌륭하게 돌아갔다.
이에 반해 롯데마트는 도로명 주소에서 '먹통'이었다. 롯데마트는 상품 구매를 클릭하면 가장 먼저 팝업창을 통해 정확한 배송지 입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막상 주소 검색 코너에 들어가면 시대 흐름에 맞춰 도로명 주소에 의지했던 소비자는 골탕먹기 십상이다.
롯데마트는 '신주소 검색은 도로명 한 칸 띄우고 건물번호를 입력하라'고 안내했지만 '도로명+건물번호' 형식의 주소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39길 74(등촌3동 주공5단지아파트)'의 경우 어떤 검색어를 입력해도 '주소를 찾지 못했다'는 메시지만 나온다. 하는 수 없이 '공항대로 39'로 검색하면 엉뚱한 '공항동'을 안내했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7길 62' 등 '도로명XX길' 형식은 물론 도로명으로만 검색을 해도 불통이었다.
GS그룹의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인터넷 쇼핑몰인 GS슈퍼마켓의 'GSi슈퍼'는 롯데마트보다 더 심했다. GSi슈퍼는 편리한 인터넷 장보기를 추구한다지만 배송지 검색에서 도로명 주소 검색 기능은 아예 없고, 옛 지번주소를 통해서만 입력이 가능하다.
롯데마트와 GSi슈퍼의 이같은 행태는 같은 유통 계열사인 롯데슈퍼와 GSSHOP의 도로명 주소 검색이 양호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크게 대조적이다.
안전행정부는 '도로명 주소(www.juso.go.kr)' 사이트 등을 통해 도로명 주소 데이터베이스를 보급하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힘든 일도 아니다. 결국 고객 서비스 마인드의 문제인 것이다.
한 유통업체의 온라인 관리 책임자는 "사실 도로명 주소 시스템 구축은 1주일 정도면 가능한 일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도로명 주소 정책은 작년까지 1년4개월 간의 시범사용 기간을 거쳤고, 전면 시행된 지 2개월로 접어들었다. 세상이 바뀌어 가지만 롯데와 GS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