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영입한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6)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5개의 홈런을 친 거포다. 지난해에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리, 9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불과 4년전인 2010년에는 27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2011년관 2012년 연봉이 각각 640만달러, 500만달러였을 정도로 '잘 나가던' 메이저리거였다. 전성기는 지난 나이지만, 여전히 파워를 겸비한 정교한 타격이 SK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캇이 SK타선에 합류한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최 정 혼자 버티고 있던 중심타선에 스캇이 합류하게 되면 상대팀의 부담은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최 정이 좋은 공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 정이 5년 20개 이상의 사구를 맞은 것도 사실 알고 보면 뒷타자들의 존재감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일부 해석할 수 있다. 이제는 스캇이라는 거포가 버티고 있으니, 상대 투수로서는 최 정을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두 선수는 연일 맹타를 터뜨렸다. 이만수 감독은 마치 결정이라도 한 듯 3번 최 정, 4번 스캇 타선을 계속해서 시험가동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두 선수는 앞뒤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다. 특히 스캇은 3차례 연습경기에서 7타수 6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 감독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격폼을 줄이며 갖다 맞히는데 주력하는 스캇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 중심타선에 딱 어울리는 타자다. 역시 최 정과 스캇의 중심타선이 활발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른 팀 3-4번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 박석민-최형우, 두산 김현수-칸투, 한화 피에-김태균, 넥센 박병호-강정호 등 내로라하는 중심타선을 거느린 팀들과 이제는 파워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에서 30홈런 타자가 나온 것은 지난 2004년 이호준과 박경완이 마지막이었다. 그해 이호준은 30홈런, 박경완은 34홈런을 치며 SK 중심타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SK는 30홈런 타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우승을 차지한 2007~2008년, 2010년에도 팀내 최다홈런은 박재홍이 친 17개, 19개가 최고였다. 그러다 최 정이 2010년 20개의 홈런을 때리면서 중심타자로 전면에 나섰다. 최 정은 2012년 26홈런에 이어 지난해에는 28개의 아치를 그리며 거포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줬다. 최 정은 단순히 홈런만 잘 치는 타자가 아니다. 2010년부터 4년 연속 120개의 안타와 3할 타율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 삼진(109개)을 당했지만, 홈런수가 늘어나면 당연히 삼진수도 올라가게 돼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여기에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한 스캇이 합류했으니, SK의 중심타선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스캇은 전형적인 홈런타자는 아니다. 영입 당시 이 감독은 "홈런보다는 찬스에서 안타를 터뜨릴 수 있는 타자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스윙이 간결한게 마음에 들었다. 우리 중심타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연습경기에서 스캇은 정교한 레벨 스윙으로 좌우 방향 가리지 않고 안타를 만들어내며 동료 타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 감독도 스캇의 타격을 기다렸다는 듯 무릎을 쳤다.
SK는 12일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다. 13차례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능력을 배양시키겠다는 것이 이 감독의 구상이다. 최 정-스캇 쌍포의 위력을 다시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SK가 2004년 이후 10년만에 두 명의 30홈런 타자를 배출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