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005년 이후 가장 낯선 야구를 하게 된다. 바로 마무리 오승환이 빠진 채 시즌을 치르는 것. 2005년 오승환이 입단해 뒷문을 맡은 이후 삼성 선수들은 당연히 마무리 오승환을 생각하고 경기를 치러왔다. 2009년과 2010년엔 시즌 중반 부상 등으로 빠졌지만 그가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오승환이 없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제 오승환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지만 한신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고 있다. 2014시즌 삼성에 오승환은 없다.
마무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다. 오승환이 있을 땐 1점만 앞서고 있어도 역전을 당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록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도 오승환은 막아낸다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마무리가 불안할 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리드를 하고 있어도 쫓긴다. 5점차 이상 벌어져야 어느정도 안심이 되고 상대가 조금만 쫓아와도 다시 긴장모드로 돌아선다. 그런 상황에서 야구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 공격과 수비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고, 그런 실수가 시발점이 돼 경기를 망치기도 한다. 그런 불안감이 팀 전체에 퍼지는 것 자체가 팀에겐 재앙이다.
사상 첫 통합 3연패를 이룬 삼성은 올시즌부터 새로운 3년의 출발을 알렸다. 오승환이 없는 류중일 2기는 도전이다. 팀 타선이나 선발진은 전력 누수가 크지 않으니 불펜을 만드는 것이 올시즌 성패를 좌우한다. 최고 셋업맨이었던 안지만이 마무리로 나서는 것은 어느정도 안심이 된다. 안지만은 지난 2010년 오승환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로 빠졌을 때 마무리를 맡아 훌륭하게 수행했었다.
안지만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선발과 안지만의 가교역할을 할 미들맨들이 중요하다. 안지만이 빠진 셋업맨을 찾아야 하는 게 류 감독의 숙제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심창민과 권 혁에 강속구를 뿌려줄 오른손 정통파 투수가 필요한 상황.
지난해 11월 2차드래프트로 두산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서동환과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는 김현우, 데뷔 3년차 이현동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류 감독은 앞으로 진행될 오키나와 2차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불펜진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류 감독은 괌 1차 전훈을 마친 뒤 "새로운 선수 발굴을 위해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여러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기존 선수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테스트하겠다"라고 밝혔다.
최강 불펜 삼성이 건재함을 과시할까, 아니면 흔들리며 오승환 부재를 아파할까. 9일부터 시작된 오키나와 2차 캠프가 그래서 더 주목받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