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는 '김연아 앓이' 중이다.
김연아(24)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소치 이후에 '선수 김연아'는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4년 밴쿠버에서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모두 역대 최고점 기록을 경신하며 총점 228.56점의 세계 신기록으로 올림픽을 제패한 '피겨여왕'의 유명세는 국경을 초월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미 김연아를 조명했다. 전세계 언론들의 관심도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김연아의 근황을 묻기가 바쁘다. 가장 주목할 인물로 꼽고 있다.
올림픽 챔피언의 품격도 달랐다. 소치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정보시스템인 'Info 2014'에서 소개된 각국 선수들의 꿈이 현주소였다. 'Info 2014'에는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30명의 프로필이 담겨있다.
선수들의 '히어로(우상)'가 누구인지를 소개하는 항목도 있다. 모든 선수의 히어로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김연아와 동시대에 빙판을 누빈 선수와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그녀를 꼽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트 김연아'를 바라는 어린 선수들은 달랐다.
현역에서 뛰는 선수 중에는 김연아가 가장 많았다. 브라질의 이사도라 윌리엄스(18), 중국의 리지준(18), 독일의 나탈리에 베인지에를(20), 한국의 김해진(17) 박소연(이상 17) 등이 김연아를 우상으로 꼽았다.
그 다음이 김연아의 동갑내기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다. 하지만 2명에 불과했다. 러시아 신예 아데리나 소토니코와(18)는 안도 미키와 아사다를 복수로 선택했고, 자국의 후배 무라카미 가나코(20)가 아사다를 지목했다. 김연아는 알려진 대로 미국의 미셸 콴, 아사다는 이토 미도리가 자신의 '히어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김연아와 아사다의 경쟁 구도를 다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사다도 소치올림픽이 마지막이다. 은퇴 전 마지막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아사다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도쿄스포츠는 김연아의 전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캐나타)의 인터뷰를 통해 소치올림픽 금메달은 아사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서 코치는 금메달 예상을 묻는 질문에 "이번에는 아사다의 차례다. 아사다는 강력한 트리플 악셀을 손에 넣었으니 분명히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2007시즌부터 김연아를 지도한 오서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와 금메달을 합작한 후 그해 8월 결별했다. 현재 일본의 남자 피겨 기대주 하뉴 유즈루를 지도하고 있는 오서는 일본 선수단 자격으로 소치를 찾았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아사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오서는 소치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서는 "김연아가 경험이 많고 정신력이 가장 강하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타라 리핀스키(32)의 인터뷰를 실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미셸 콴을 누르고 만 15세의 나이로 여자 피겨 스케이팅 싱글 금메달을 차지한 리핀스키는 미국 NBC 해설위원으로 소치를 누지고 있다. 라핀스키는 김연아와 아사다의 경쟁 구도를 백중세로 예상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단점만 부각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라핀스키는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와 같은 완벽한 연기를 펼칠 것 같지는 않다"며 "밴쿠버 이후 4년 동안 김연아의 점프 구성은 세계 정상급에 미치지 못했고, 이번 시즌에는 작은 대회에만 나서 올림픽에서 어떤 연기를 펼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사다에 대해서는 "기본기를 갖췄고 정신력이 뛰어나다. 슬로 스타터 아사다가 이번 시즌을 잘 치르고 있고,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장점을 설명했다.
12일 소치에 도착하는 김연아는 후회없는 마무리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 중이다. 아사다는 그녀의 안중에 없다. 자신과의 마지막 싸움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