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 전통의 메달밭이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한동안 시행착오가 있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소치올림픽의 화두는 부활이다. 효자 종목'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그들이 러시아 소치에 입성했다. '차세대 여왕' 심석희(세화여고)를 비롯한 쇼트트랙대표팀은 6일 오전(한국시각) 소치 아들레르 공항을 통해 러시아에 입국했다.
먼 길을 돌아왔다. 쇼트트랙대표팀이 출국한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프랑스 퐁트 로뮤에서 경기 감각을 최종적으로 조율했다. 키는 고지대 훈련이었다. 퐁트 로뮤는 해발 1800m 고지에 위치해 있다. 고지대에선 산소의 양은 비슷하지만 밀도가 낮아져 똑같이 숨을 쉬어도 산소 섭취가 힘들어진다. 평지에 비해 운동하는 근육으로 산소 운반이 저하된다.
효과는 있다. 선수들의 심폐 지구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고지대 훈련 후 평지로 내려가면 실전에서 더 강인한 체력을 발휘할 수 있다. 쇼트트랙대표팀은 4년 전 밴쿠버 대회 때도 해발 1000m 고지대인 캐나다 캘거리에서 전지훈련을 벌이는 등 올림픽 때마다 고지 훈련으로 재미를 봤다.
'메달 레이스'의 선봉에는 심석희가 선다. 심석희는 2012~2013,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10차례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1500m에서는 한 차례만 빼놓고 우승을 차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심석희는 입국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고지대에서 훈련을 잘 하고 왔다. 많은 취재진이 맞이하니 실감이 나고 기대된다"며 수줍게 웃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그는 "나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많은 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10년 밴쿠버에 이어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는 박승희(화성시청)도 메달 사냥을 꿈꾸고 있다. 고지대 훈련의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스케이트를 타 봐야 정확한 상태를 잘 알겠지만 고지대 훈련이 호흡에 도움이 많이 됐다"며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막바지에 몸이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4년 전 밴쿠버에서 중국에 밀린 기억이 있는 박승희는 "그때보다 더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실수가 나오는 만큼 당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밴쿠버는 잊고 소치는 다른 대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크지는 않다. 하던 대로 매 경기 열심히 치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남자대표팀도 기대가 크다. 남자는 10일 1500m를 첫 단추로 올림픽 일정을 시작한다. 개인 종목 가운데 가장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1500m는 2006년 토리노(안현수)와 2010년 밴쿠버 대회(이정수)에서 연달아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전략 종목'이다. 고지대 훈련으로 심폐 지구력을 단련한 효과가 통상 5∼6일 정도 지속된다.
이한빈(성남시청)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코피를 흘려 봤다. 첫 일주일이 힘들었지만 마지막에는 몸 상태를 완벽하다 싶을 만큼 끌어올렸다"며 "별다른 느낌 없이 평소 월드컵 대회에 가는 것처럼 왔다"고 입성 소감을 밝혔다.
신다운(서울시청)도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다. 소치에서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빙질도 태릉과 비슷하다고 해 적응하는데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 대표로 나서는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와의 경쟁에 관한 질문에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수 형이 올림픽에서의 경험이 많은 만큼 라이벌 의식을 갖기보다는 내가 부족하니 배운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한국 대표팀이 앞서는 부분을 묻자 "근성"이라고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중국 쇼트트랙대표팀도 이날 소치 땅을 밟았다. 여자 대표팀의 간판 왕멍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다소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듣지만 여전히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다. 소치(러시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