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 축구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김인성(25)의 축구인생은 영화에나 나올 법하다.
2012년 2월, 아마추어인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에서 뛰던 김인성은 러시아의 명문 CSKA모스크바에 입단하며 화제를 모았다. 팀 역사상 처음으로 아마추어 선수가 3단계의 테스트를 거쳐 팀에 입단하자 한국은 물론 러시아 언론도 그를 주목했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을 꿈꿨다. 그러나 프로 경험이 전무한 그에게 유럽 무대는 높은 벽이었다. 단 2경기 출전에 그치며 해외 생활을 접었다. 다시 돌아온 고국무대는 그를 반겼다. 2013년 성남을 통해 K-리그 무대에 입성한 김인성은 올해 전북으로 이적하며 영화같은 축구인생 스토리의 제2막을 준비 중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좋은 기억을 갖게 해준 전북에 입단했다. 김인성은 지난해 4월 14일 열린 전북전에서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성남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프로 인생 첫 데뷔골이었다. 이 득점 덕분에 김인성은 성남에서 조커로 활약하며 자리를 잡았다. 성남과의 1년 계약이 끝나고 FA(자유계약)가 되자 전북이 손을 내밀었다. 측면 공격을 강화하려는 전북과 도전을 원했던 김인성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김인성은 올시즌 전북 '닥공(닥치고 공격)'의 스피드를 더해줄 적임자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정말 스피드가 뛰어나다. 측면에서 휘젓고 다니니깐 수비수들이 정신을 못차리더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스피드만 놓고 보면 K-리그에서도 손에 꼽힌다. 1m80, 74㎏인 그는 100m를 11초 초반에 주파한다. 최근에 더 빨라졌단다. 6일(한국시각)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그는 "대학교 때 마지막으로 측정한게 11초대였다. 그 당시보다 지금 근육량이 더 많아졌다. 몸으로 느끼기에도 더 빨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인성은 막상 스피드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스피드에 의존하다 유럽무대에서 실패를 맛본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스피드가 빠르면 상대 수비에게 부담이 되는건 맞다. 하지만 빠르다고해서 다 되는게 아니더라. CSKA모스크바에서 그걸 느꼈다." 모스크바 생활이 그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김인성은 "스피드를 순간 활용할 때가 있지만 잘 선택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스피드보다 다른 능력들이 필요할 때가 많다. 상황 판단 능력을 배웠다. 모스크바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매일 훈련하며 좋은 것을 많이 배웠다. 수준 높은 패스나 순간적인 상황 판단 능력을 보면서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많이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김인성은 전북에서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에 능한 스피드가 좋은 팀 플레이어로 거듭나려고 한다. 빠르기만 한 선수가 아닌 완성형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는 "나는 활동하면서 공간을 만들어주고 패스 및 크로스가 강점이었다. 이제는 팀 동료들과 함께 플레이를 하며 골도 같이 넣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2년이 되게 빠르게 지나갔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이 모든게 완벽한 선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나를 보고 '인생 역전'이라고 하는데 아직 아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한 과정에 있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