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의 역할은 뭘까? 곰들의 맏형 홍성흔이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 야수조들의 전훈캠프가 차려진 일본 미야자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치러지는 맹훈련 속에서도 두산 선수들의 얼굴은 밝았다. 즐거워 보였다.
1번 타자 이종욱이 떠난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정수빈이 이날 타격 훈련에서 홈런을 세 방이나 쳤다. 수비와 주루에서는 최고지만 타격에서 아쉬움을 보여준 정수빈은 이번 전훈에서 누구보다 타격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비록 훈련이었지만 홈런을 연거푸 쳤다는 사실에 정수빈도 놀랐고 동료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홍성흔이 가만있지 않았다. 정수빈에게 다가간 홍성흔은 엄마 같은 말투로 "우리 수빈이 오늘 홈런 쳤어?"라고 칭찬을 한 후 정수빈을 힘껏 껴안아 줬다. 주장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정수빈의 표정이 더 밝아졌음은 물론이다.
지난 1월 초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임 송일수 감독은 2년 연속 주장으로 선출된 홍성흔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김진욱 감독이 경질되고 많은 선수가 떠난 가운데 감독직을 맡은 송 감독으로서는 팀을 이끄는 주장 홍성흔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시무식이 끝난 후 선수와 프런트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을 취재진이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때 홍성흔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김태룡 단장을 향해 "단장님도 이리 오셔서 사진 좀 찍으세요. 또 욕먹으시죠 뭐!"라고 말을 건넸다. '프런트 야구'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두산팬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던 단장에게 농담으로 위로할 수 있는 선수는 홍성흔밖에 없다.
겨울잠 없는 곰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전훈캠프에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2014년 우승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두산 선수들은 엄마 같고 큰 형 같은 홍성흔의 리더십으로 다시 똘똘 뭉쳤다. 미야자키(일본)=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