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가 차, 포를 뗀 KGC를 제압하고 11년만에 7연승을 달렸다.
5일 안양실내체육관. 오리온스와의 홈경기에 나선 KGC 선수단은 유니폼 상의 왼쪽 어깨 부분에 검은색 띠를 붙이고 나왔다. 이상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근조 리본을 달았다. 지난 2일 부친상을 당한 김태술을 위해서였다.
KGC는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시즌 내내 '빅3'의 컨디션 문제로 고전한 KGC의 시즌 첫 4연승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김태술은 물론, 2일 전자랜드전에서 허리를 다친 양희종마저 나올 수 없었다.
이상범 감독은 라인업에서 이들을 아예 제외했다. 차, 포를 떼고 경기를 하는 셈이었다. 김태술은 5분이라도 뛰겠단 의지를 내비쳤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김태술을 기용할 수는 없었다. 둘 모두 이번주 열리는 세 경기에서 제외해 충분한 회복의 시간을 줬다.
KGC는 올시즌 오리온스 상대로 4전 전패를 기록중이었다. 박찬희 가세 후 6강 플레이오프를 위한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6위 오리온스는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였다. 두 팀의 승차는 6경기차. 다소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기적 같은 연승이 있다면 막차를 타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4전 전패는 분명 열이 받는 일이지만 할 수 없다"며 선수들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이나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무리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오리온스는 6연승을 달리며 5위 전자랜드에 1.5경기차까지 추격한 상황. 플레이오프 자력 확정까지는 7승이 남았다. 이날 7위 KGC를 잡을 경우 5승으로 줄일 수 있는 상태였다.
오리온스는 분명히 강해졌다. KT와의 4대4 트레이드 이후 바뀐 팀 컬러가 정착됐다. 여기에 상무에서 제대한 왼손 슈터 허일영도 순도 높은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신 포워드들을 이용한 미스매치가 완벽한 팀 전술로 자리잡았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수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경기 초반은 오리온스의 분위기였다. 신장의 우위에서 발생하는 미스매치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8점차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KGC도 특유의 속공 플레이가 나오면서 매섭게 추격했다. 18-17로 오리온스의 근소한 리드로 1쿼터가 끝났다.
2쿼터 들어 다시 점수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오리온스의 한호빈과 최진수, 앤서니 리처드슨의 외곽포가 연달아 터지며 점수차가 10점차 이상 벌어졌다. KGC가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하는 사이 도망가는 데 성공했다. 37-25로 크게 달아난 채 전반을 마쳤다.
3쿼터 오리온스의 공격이 주춤한 사이, KGC의 추격이 시작됐다. 특유의 스피드와 오세근-숀 에반스의 높이를 활용한 플레이가 살아났다. 반면 오리온스는 리처드슨에 의존한 플레이를 하다 제대로 공격을 풀지 못했다. 바짝 추격한 KGC는 또다시 주전들을 뺏지만, 좁힌 점수차를 유지하며 3쿼터를 마쳤다.
54-47로 돌입한 4쿼터, 오리온스는 이현민 김동욱의 외곽포와 골밑의 장재석을 활용해 흐름을 가져갔다. 점수차는 19점차까지 벌어졌다. 한 번 넘어간 분위기는 뒤집히지 않았다.
오리온스가 5일 안양에서 열린 KGC와의 원정경기에서 76대66으로 승리하며 7연승을 달렸다. 5위 전자랜드를 한 경기차로 추격했다. 오리온스가 7연승을 달린 건 지난 2003년 11월 19일부터 12월 6일 이후 3714일만이다. 리처드슨은 21득점 9리바운드로 해결사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KGC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42대30으로 우세를 점했음에도 3점슛에서 1대7로 완전히 밀리며 패배하고 말았다.
한편, 부산에서는 LG가 홈팀 KT에 74대73으로 승리하면서 3연패에서 탈출했다. 데이본 제퍼슨은 29득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 안양=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