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오키나와 한신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전지훈련 이틀째인 이날 오승환은 캐치볼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는 이우일 통역원에게 "모자 사이즈가 58㎝인데 조금 큰 것 같다"고 했다. 오승환은 "살이 많이 빠지면서 머리도 작아졌어요"라며 웃었다. 오승환은 농담을 할 정도 여유가 넘쳤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캠프 시작 전에 충분히 준비를 했다는 뜻이다. 괌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캠프에 들어온 오승환은 피부가 새까맣게 타 있었다. 엉덩이부터 하반신이 스마트해 보였다. 오승환의 몸을 본 일본 기자들은 "지난해 12월 입단식 후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놀랍다"고 감탄했다. 오승환을 담당하는 한신 구단의 야마모토 노리후미 스카우트는 "저렇게 몸을 만들려면 엄청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승환은 단순히 체중 감량만 한 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살이 빠졌지만 근육은 그대로입니다"고 했다. 얼굴과 목살이 빠졌지만 두꺼운 가슴은 그대로였다.
피칭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오승환은 캐치볼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다른 누구보다 가볍게 먼 거리로 공을 던졌다. 오승환 특유의 회전수가 많은 공이 완만한 궤도를 그리지 않고 이 통역원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야구선수 출신인 이 통역원도 오승환이 서 있는 70~80m까지 던지는 걸 힘들어 했다. 오승환은 이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숙소에서도 여유가 있다. 일본 프로야구 첫 해이기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오승환은 그런 걱정이 없었다. 야마모토 스카우트는 "어제 구단 사장님이 '오승환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냐'고 물어 보셨는데, 삼성 시절부터 9년 간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어떻게 하면 편한지 우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어요"라고 말했다.
한신은 한국 미디어가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 2명을 배치했고, 취재제한구역에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를 크게 써 놓았다. 한신 홍보담당자는 한국 미디어에 "오승환 선수를 많이 알려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구단 사상 처음으로 입단한 한국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괜찮아요. 편해요"라며 미소를 짓는 오승환. 그는 아주 여유있게 캠프를 시작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