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커미셔너는 어떤 인물이고, 어떤 권한이 있습니까?"
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고위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일본야구기구(NPB)의 경우 커미셔너가 조직을 대표하지만 권한이 크지 않다. MLB 커미셔너가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기에 일본 구단 관계자는 한국 상황을 궁금해 한다.
지난해 12월 26일 도쿄 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변호사 구마자키 가쓰히코씨(72)가 NPB 제13대 커미셔너에 선임됐다. 구마자키 커미셔너의 취임은 일본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가토 료조 전 커미셔너(73)가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사임했기 때문이다. 가토 전 커미셔너는 통일구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지만 정작 중요한 사안에 집중하지 못했고, 책임감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주미대사 출신인 가토 전 커미셔너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야구에 애정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야구 열정이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본의 경우 MLB와 달리 조용한 커미셔너가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한 게 이번 커미셔너 교체사건이었다.
그러나 현재 여러가지 문제가 산적한 NPB 상황을 감안하면, 커미셔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특히 퍼시픽리그 쪽에 이런 사람이 많다. 퍼시픽리그는 6개 구단이 모여 마케팅 회사를 만드는 등 리그 차원에서 사업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 구단 프런트도 모기업 출신 외에 전문성이 있는 직원을 채용하려 한다. 이 때문에 퍼시픽리그 구단들은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 커미셔너를 원했다.
반면, 센트럴리그는 약간 낡은 체질이 있다. 기존의 권익을 유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개혁적인 인사보다 무난한 인물이 낫다.
커미셔너의 역할이 애매한 건 NPB의 복잡한 구조적인 영향도 있다. 요미우리라는 거대한 존재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신문사지만 동시에 일본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진행회사다. 메이저리그 개막전 유치 등이 대표적인 요미우리 신문의 사업이다. 특정 구단의 실행능력이 NPB보다 뛰어난 상황에서 리그 사무국이나 커미셔너가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커미셔너 교체와 일본 프로야구의 구조적인 문제는 향후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까. 현재 NPB는 일본 대표팀를 내세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이어져온 클럽 대항전인 아시아시리즈와 성격이 다르다. 원래 아시아시리즈는 요미우리신문사가 실질적인 주최자였지만, 2008년부터 손을 놨다. 요미우리는 2006년까지 실시했던 미국과의 올스타 시리즈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NPB는 대표팀을 내세운 사업과 함께 아시아시리즈 유지를 원하고 있지만, 실행능력을 감안하면 아시아시리즈나 한일 올스타전은 순위가 밀린다. 일본야구계는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점을 새 커미셔너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일본 리그 간의 교류가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NPB 새 커미셔너의 수행능력과 보좌진의 움직임이 한국야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